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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4년 만에 엘니뇨 온다…"애그플레이션 우려"

하상렬 기자I 2023.03.06 17:21:21

국제금융센터 보고서
7월 엘니뇨 가능성 50%↑…국제원자재 수급 영향 전망
"농산물시장 안정 훼손 우려 커…선제 대응해야"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3년째 이어져온 라니냐 현상이 종료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올여름부터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반기 기후리스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농산물 등 원자재 전반 수급 관리를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출처=국제금융센터
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ENSO)인 적도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지난해 8월 중순 평년 대비 -1.2℃까지 떨어졌으나, 12월 중순을 기점으로 오름세로 돌아서 지난달 8일엔 -0.5℃를 기록했다. 해수면 온도가 오르면서 3년째 이어져 온 라니냐가 종료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라니냐는 위도와 경도가 각각 ‘남위 5°~북위 5°’와 ‘서경 170~120°’인 ENSO의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이동평균으로 평년보다 0.5℃ 낮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하는 현상을 말한다. 반대로 엘니뇨는 수온이 0.5℃ 높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뜻한다.

국금센터는 여름부터 엘니뇨로 전환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전망했다. 오정석 국금센터 전문위원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등 여러 기상모델에 따르면 2~4월 (라니냐도 엘니뇨도 발생하지 않은) 중립 상태로 전환돼 초여름까지 지속된 후 7월부터 엘니뇨로 전환될 확률은 50% 이상”이라며 “이번에 엘니뇨가 발생한다면 2018~2019년 이후 4년 만이고, 그 강도는 6월을 전후로 보다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엘니뇨는 라니냐와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대기 순환을 방해해 세계 곳곳에 이상기후를 초래해 관련국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 원자재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곡물 등 농산물시장 안정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 국금센터 설명이다.

먼저 호주(소맥·광물), 인도(소맥·원당), 동남아(광물·팜유), 남미(광물) 등 엘니뇨에 취약한 국가들의 원자재 생산·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최악의 엘니뇨였던 2015년 세계 1위 구리 생산국인 칠레의 구리 생산은 예상치를 4% 하회했다. 당시 세계 곡물 생산량도 전년 대비 1.6% 감소했는데, 특히 옥수수가 4.1% 줄었다. 세계 원당 생산량도 7% 이상 감소했다.

엘니뇨는 농산물과 광물뿐 아니라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의 생산 감소와 수요 증가 요인으로도 작용될 가능성이 있다. 화석연료 생산은 물 사용량이 상당해 가뭄에 취약한 측면이 있다.

글로벌 식량 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가뭄·홍수 등 기상이변이 관련국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것으로 보이며, 농업 생산이 큰 차질을 빚을 경우 취약 신흥국을 중심으로 기근이 심화되는 등 식량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국제금융센터
국금센터는 올 하반기 기후리스크가 세계경제, 특히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을 자극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선제적으로 농산물 등 원자재 전반의 수급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도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오 전문위원은 “최근 국제농산물 가격은 작년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에 비해 낮아지긴 했지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하반기 엘니뇨 리스크가 가세할 경우에 대비해 농산물 등 원자재 전반의 수급 및 가격 안정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020년 기준 20.2%에 불과하다”며 “쌀을 제외한 곡물 대부분은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주요 생산국들의 수출제한 등 ‘식량자원의 무기화’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긴급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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