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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당시 접수된 사고 관련 신고 11건 중 5번째 신고에 대한 지시였다.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 인근에서 들어온 해당 신고는 “인파가 너무 많아서 대형사고 일보 직전”이며 “사람들이 밀리고 사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서울청 112상황실은 5번째 신고를 코드 제로(CODE 0·신고 대응 매뉴얼 중 위급사항 최고 단계)로 분류하고 용산서에 전달했다. 그러면서 “우리 지구대, 지역경찰 근무자 독려하셔서 해당되는 핼러윈 이태원 관련해 확인을 잘해주시고 질서관련 근무를 해주시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해당 112 지령망은 용산서 상황실과 이태원파출소, 교통경찰관은 물론 당시 마약단속에 투입됐던 형사과 관계자들까지 청취할 수 있는 핵심 무전망이다. 서울청 112상황실 근무자가 참사 발생 1시간 14분 전 ‘대형사고’를 언급, 경찰 내부에서도 이를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당시 상황관리 담당자들은 대형사고를 예견한 신고 접수 후 2시간 넘도록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 정모 전 서울청 112상황3팀장은 코드제로가 발령된 지 2시간 40분이 지난 뒤 서울청 상황관리관 당직근무를 하던 류미진 총경에게 첫 보고를 했다. 참사가 발생한 지는 이미 1시간 24분이 지난 뒤였다.
참사 당일 용산서 112지령망 무전엔 “인파가 너무 많아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무전이 모두 20차례 이뤄졌다. 특히 오후9시 33분엔 112상황실장이 “이태원역 출구에 경력을 배치해 10명 단위로 20초 간격으로 지하철역으로 내려보내야 한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임재 전 용산서장은 국회에 출석, “밤 9시 57분쯤 112상황실장에게 상황을 물었더니 ‘사람이 많고 (교통이) 정체되고 있으나 특이사항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용산서에서도 윗선에 제대로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인지, 이 전 서장이 국회에서 위증을 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송병주(51)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과 정모 전 서울경찰청 112상황3팀장, 류미진(50) 총경 등 참사 당일 서울청과 용산서 상황실 근무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