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재직·근무일수 조건 붙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 포함"

성주원 기자I 2024.12.19 14:41:52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3년 기존 판례 변경
''고정성'' 기준을 통상임금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재직 조건이 붙거나 근무일수 기준 조건이 부여된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로써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2013년 제시했던 통상임금 기준이 변경됐다. 11년 전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도, 재직자 조건 등이 있는 상여금은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이번 판결에서는 ‘고정성’이라는 기준을 제외해 재직 조건이나 근무일수 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보는 새로운 판례를 제시했다.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대법원(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 주심 오경미 대법관)은 특정 시점 기준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조건(재직조건)과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해야만 지급하는 조건(근무일수 조건)이 부가된 임금 등의 통상임금성이 문제된 사건에서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고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 기준을 재정립했다고 19일 밝혔다.

대법원은 이같은 판결 이유로 “종전 판례에 따르면 법령상 근거 없는 고정성 개념에 통상임금 판단이 좌우돼 조건 부가에 의해 통상임금성이 쉽게 부정된다”며 “통상임금 범위가 부당하게 축소되고 연장근로에 대해 법이 정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법원은 고정성 개념을 폐기하고,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새로운 법리를 판시했다.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충족할 ‘재직조건’이나 ‘소정근로일수 이내의 근무일수 조건’이 부가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종전 판례가 고정성을 부정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본 근무실적에 따른 성과급은 일반적으로 소정근로 대가성이 없어 여전히 통상임금이 아니다. 다만 근무실적과 무관한 최소 지급분은 소정근로의 대가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화생명(088350)보험 사건은 원고(근로자) 일부 승소한 원심판결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한화생명보험 근로자들이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며 시간외근무수당 차액을 청구한 사건이다. 1심은 여러 수당 중 설·추석상여금, 중식보조비, 능력급, 근속급, 점포근무수당, 기관장성과급, 직무수당, 교통보조비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2심도 “재직자 조건은 무효이고 정기상여금에 고정성이 인정돼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반면 현대차(005380) 사건은 회사가 승소했던 원심판결이 파기환송됐다. 해당 근로자들은 “기준기간 내 15일 미만 근무시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건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연장근로수당 등의 차액을 청구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모두 “지급제외자 규정이 무효라고 보기 어렵고, 15일 이상 근무조건의 성취 여부가 불확실해 고정성이 부정된다”며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