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한편에서는 증시에 투입하는 금액이 크지 않은데다 이미 삼성전자가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발표한 터라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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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2.21포인트(2.16%) 오른 2469.07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9월 26일(2.90%) 이후 약 한 달 반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금융당국은 한국거래소와 증권 유관기관이 조성한 밸류업 펀드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지난달 말 한국증권금융, 한국예탁결제원, 한국금융투자협회, 코스콤 등 유관기관과 1000억원을 구성하고 여기에 민간자금 1000억원을 출자한 2000억원 규모 밸류업 펀드를 조성했다.
당국은 국내 증시가 최근 과도하게 폭락한 만큼, 안전판으로 밸류업 펀드를 가동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코스피는 트럼프 당선인의 승기가 확정됐던 6일부터 전날까지 6.21% 내렸고 코스닥 또한 8.83% 하락했다. 같은 기간 대만 가권지수가 1.58%내렸고 일본 닛케이지수가 0.43% 오른 것을 감안하면 과도한 하락세였다는 평가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관기관의 자금 투입이 ‘증시가 바닥’이라는 신호로 읽힐 수 있는 만큼, 코스피 반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는 투자자 심리가 비관적으로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과매도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되는데 현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방향성 명확하게 제시하고 투자자 주의를 환기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 “시장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물론 최근 증시 부진은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우려 등 외부적 요건인 만큼, 이를 막을 순 없지만 연기금 같은 기관이 제 역할을 하며 불안을 꺼 줘야 한다”면서 “지난주에 나왔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아쉬운 규모…결국 ‘트럼프 2.0’이 관건
다만 밸류업 펀드의 규모가 2000억원 내외로 10조원 규모에 이르는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에 비해 덩치가 작은데다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나 밸류업 공시를 한 종목 등 일부 대형주로만 자금이 유입, 증시 전체에 퍼지는 온기는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주식 시장 활성화보다는 한정적인 종목에만 영향 미칠 가능성이 크며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들이 지수 전체 반등 이끄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자금 투입과 함께 세제 혜택과 추가 지원책 등 중장기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준서 한국증권학회장은 “밸류업 펀드가 단기적으로 효과는 있어도 중장기적으로는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돼야 한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실제 경제와 관련한 정책을 어떻게 입안하느냐에 따라 증시의 반응 역시 달라질 것”이라고 봤다.
실제 이날 증시가 반등하긴 했지만 밸류업 펀드 가동 소식보다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소식에 시장이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장 마감 후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이 중 3조원을 즉각 소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3200원(5.98%) 상승한 5만 6700원에 마감했고 시가총액도 하루 만에 19조원 불어났다. 삼성전자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032830)과 삼성화재(000810)도 각각 11.48%, 10.48%씩 올랐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미국 주식으로 이동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밸류업 펀드 가동 이후에도 투자자들을 잡기 위한 정책을 확대할 방안도 서둘러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당국이 밸류업을 추진 중이지만, 정책 추진 동력이 되어야 할 법안 개정이 늦어지고 있는 데다, 고려아연 유상증자 공시와 같은 국내 기업들의 행보가 이어지면서 한국 자본시장 신뢰도가 실추됐다”면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다소 주주 환원 확대에 치중한 면이 있는데, 기업 지배 구조와 관련해 주주가치를 고려하지 않는 기업 행보에 대한 관리 제재 수단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