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마켓인]세계 최대 국부펀드 등에 업은 ‘중동 VC’에 쏠리는 관심

박소영 기자I 2024.01.22 21:03:32

지난해 4분기부터 혹한기 벗어난 중동 VC들
1억달러 규모 ''메가딜'' 역시 매년 증가 추세
중동 투자시장 이끄는 나라는 ''사우디·UAE''
연쇄창업과 CVC가 올해 중동 VC의 트렌드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국내 투자시장은 올해 4분기나 돼서야 혹한기가 풀릴 것 같은데, 중동은 이미 자본이 탄탄하니 벤처캐피털(VC)의 자금도 넉넉할 수밖에 없죠.”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동 VC들의 펀드 결성 규모가 다시 늘면서 국내 VC의 시선도 오일머니로 향하고 있다. 중동에서는 VC의 자금공급을 담당하는 국부펀드의 투자규모가 늘어 세계 최대가 됐고, 대기업들 역시 CVC 설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중동이 국내외 투자시장의 혹한기를 보다 빨리 풀어줄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조성되고 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22일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에 기반을 둔 VC가 지난해 출자자(LP)로부터 조달한 자금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바이에 본사를 둔 데이터 스타트업 플랫폼 매그니트(MAGNiTT)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MENA 지역에서 결성한 펀드 규모는 11억9600만달러(약 1조6003억원)로 전년 동기 9억2300만달러(약 1조2350억원) 대비 약 30% 늘었다. 투자시장이 호황기에 접어들었던 2021년 4분기 9억8500억달러(약 1조3184억원)와 비교해도 지난해 규모가 대폭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중 1억달러(약 1338억원) 이상 규모에 달하는 ‘메가딜’ 역시 꾸준히 증가했다. MENA 지역 메가딜은 (4분기 기준) 2021년 3억달러(약 4014억원), 2022년 3억5000만달러(약 4684억원), 2023년 5억9000만달러(약 7895억원)로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였다.

MENA 지역 투자시장의 활성화를 이끈 쌍두마차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꼽힌다. 예를 들어 지난해 UAE에서는 키메라 캐피털(Chimera Capital)과 알리프 캐피털(Aliph Capital)이 신규 펀드를 조성했다. 사우디의 임팩트(IMPACT)46과 킹압둘라과학기술대(KAUST) 역시 현지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한 펀드 자금을 모금했다.

글로벌 관계자들은 이 중 사우디의 성장이 심상찮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2022년 MENA 지역의 전체 VC 펀드 중 31%에 달하는 규모를 결성했는데, 지난해에는 그 규모가 절반에 달할 정도였다. 싱가포르를 제치고 세계 최대 국부펀드로 등극한 사우디 국부펀드(PIF)등 국부펀드의 투자 규모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중동의 활약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관계자들은 올해 MENA 지역 VC의 투자 트렌드로 연쇄 창업가에 대한 투자 증가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의 성장을 점쳤다. MENA 지역에서 탄생한 스타트업 중 15%가 투자 유치에 성공해 평균 6년 반 만에 엑시트에 성공했는데, 이제 연쇄 창업을 통해 다시 VC로부터 투자 받을 사이클이 도래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정부 정책에 맞춰 대기업들 역시 디지털화에 투자해야 하는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어, CVC 설립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MENA 지역 VC 중 CVC가 차지하는 비율은 13%인데 올해 20%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중동 투자시장에 정통한 VC 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은 34살 미만의 젊은 세대가 많아 신기술 수용률이 높아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좋다”며 “이는 VC 입장에서도 투자와 회수에 용이한 환경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