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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LPG 차량 수요가 경유나 휘발유 차량으로 역행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기존 LPG 충전소 등 산업 생태계도 갑작스러운 붕괴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LGP차량 혜택 중단 땐 경유차 구매로 이어질 것”
18일 LPG 업계에 따르면 한국천연가스수소차량협회와 대한LPG협회는 지난 11일 공동건의문을 환경부에 제출했다. 현재 정부가 입법 예고 중인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삭제하기로 한 제3종 저공해자동차 조항을 현행대로 유지해주기를 요청한 것이다. 이어 13일에는 한국LPG산업협회가 LPG자동차 부품사 84곳과 함께 같은 내용의 건의문을 제출하는 등 정부의 입법 예고에 줄줄이 반발하고 있다.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은 저공해차를 총 3종으로 구분하고 있다. 제1종 전기·수소차, 제2종 하이브리드차, 제3종 LPG·CNG차량 등이다. 최근 정부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현행 저공해차 분류체계를 ‘무공해’차를 중심으로 바꾸면서, 이 중 제3종 저공해차 조항은 없애는 쪽으로 법령을 손질했다. LPG나 CNG차량 등 내연기관차는 더는 친환경차로 보지 않고 2024년부터 보조금 등 지원 사업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천연가스수소차량협회는 “전기차 등 무공해차 시장은 아직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고 구매 가능한 모델이 제한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LPG차량에 대한 혜택을 중단하면, 이 수요가 구매가 쉬운 경유차 등 다른 내연기관 차량 구매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미세먼지 저감을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정부가 지난 2019년부터 LPG 차량을 일반인 누구나 살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던 건 ‘미세먼지 저감’ 때문이다. 경유나 휘발유차에 비해 LPG 차량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그전에는 택시와 렌터카, 장애인 차량 등에만 LPG 사용이 허용됐다. 지금으로 보면 LPG 차량은 기존 내연기관차(경유·휘발유)와 무공해차(전기·수소차)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온 셈이다.
업계는 전기차로의 전환이 대세이긴 하지만 예상보다 빠른 정책 전환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한국LPG산업협회는 “LPG차는 미세먼지(PM10) 배출량이 적고, 질소산화물 배출량도 경유 차량의 93분의 1에 불과하다”며 “지금껏 정부가 택시, 버스, 화물차 등 다양한 차종에 LPG를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정책을 추진해온 정책 방향과 전면 배치된다”고 토로했다.
실제 정부는 LPG 차랑 보급 확산을 위해 구매 보조금도 지원해왔다. 올해의 경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경유차를 폐차하고 LPG 화물트럭(1t 기준)을 구입하면 신차구입자금 200만원, 어린이집이 통학 차량을 LPG차로 신규 구입할 땐 700만원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2년 후엔 이 같은 지원이 모두 폐지될 예정이다.
업계는 또 LPG 차량에 대한 수요 위축이 충전 인프라 시장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LPG충전소는 향후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한 최적의 인프라스트럭처(기반시설)로 평가받는다. 현재 전국에 설치된 수소충전소 중 30여 곳은 기존 LPG충전소를 활용했다. 수소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 역시 이 같은 전환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LPG산업협회 관계자는 “LPG 자동차를 저공해자동차에서 제외해 LPG 차량 시장이 위축하면 LPG충전소 폐업이 증가하고 결국 도심 내 수소충전소 잠재 부지를 조기에 없애버리는 역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수소충전소 보급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와 달리 해외는 친환경 대체연료로 LPG를 장려하며 보급정책이 활발하다는 것도 업계에서 ‘LPG 차량의 저공해차량 자격 유지’를 주장하는 배경이다. 전 세계 LPG차의 72%가 운행되는 유럽은 LPG를 친환경 대체 연료로 적극 장려하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이탈리아는 LPG자동차를 전기·수소차 다음으로 하이브리드(HEV)와 동등한 친환경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LPG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차(경유·휘발유)와 무공해차(전기·수소차)를 잇는 브릿지 정책과 무공해차 전환 연착륙을 위해 LPG 차량이 친환경 자동차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 시행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