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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한 것과 정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인데요. 2~3금융권 회사들이 이 같은 모습을 보이는 원인은 수익성 악화 혹은 더 나아가 역마진 때문입니다. 중·저신용자들의 주요 대출 창구인 2~3금융 회사들이 대출 문을 걸어 잠그자 중·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빠르게 내몰리고 있습니다.
◇여전채 금리 상승에 가산금리 감안 시 역마진…저축은행, 햇살론 취급 중단
수신 기능이 없어 대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70% 정도를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를 통해 조달하고 있는 신용카드사와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들로선 뛰는 시장금리로 인해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 대출을 줄이는 이유입니다.
실제 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여전채(AA+ 3년물) 금리는 5.536%를 기록했습니다. 기준금리 지속 인상에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지난해 10월 채권시장이 급속 냉각되면서 한때 6%를 넘기기도 했던 것에 비하면 다소 안정을 찾아 가는 모습이지만,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2%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오른 셈입니다.
특히 올해에만 33조원 규모의 카드채 만기가 돌아오는 카드사들은 평균 2%대로 발행한 채권을 올해엔 5~6%대의 고금리로 차환 발행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처지가 이렇다 보니 카드사들은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수수료율을 올리거나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금리의 조정금리(우대금리+특판할인금리)를 없애거나 줄이는 방법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통해 여전채를 지속 매입하고 있지만, 시장 전반에 온기가 퍼지기엔 역부족입니다. 특히 중소형 캐피털사의 경우엔 신규 자금 조달 자체가 올스톱되면서 신규 대출을 아예 취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중소형 캐피털사는 하루하루 연명하는 수준에 처해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이 이 같은 처지에서 금리 인상 외에 택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어 주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신용자들은 부실 위험이 높아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인데요. 여전업계 한 관계자는 “여전채 금리가 여전히 높아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저신용자들의 경우 연체 시 부과하는 가산금리 3%를 감안하면 이미 금리가 연 20%를 넘어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대출은 역마진일 수 밖에 없고 그렇다 보니 그들에 대한 대출은 거절하거나 최대한 보수적으로 심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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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현상은 비단 여전사들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저축은행 역시 조달 비용인 수신금리가 연 5%를 상회하며, 2%대를 기록한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크게 높아진 상황입니다. 저축은행의 경우 고객들에게 예적금을 받아 그 자금으로 대출 사업을 영위합니다.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기준금리 지속 인상·은행채 발행 제한 등의 영향 탓에 수신금리를 급격히 올리는 바람에 은행으로 시중 자금이 쏠리는 ‘역(逆) 머니무브’ 현상이 발생하자, 저축은행들도 은행들에 발맞춰 예금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축은행들도 조달 비용 상승분만큼 대출금리를 올리자 못하자 수익이 안 나오는 햇살론 등의 정책금융상품 취급을 중단하거나 건전성 관리를 위해 저신용자들을 상대로 한 대출을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대부업 1위 러시앤캐시, 신규대출 중단...법정 최고금리 20%에 못 버텨
3금융권인 대부업체 사정은 훨씬 더 심각합니다. 최근 대부업계 1위 업체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브랜드명 러시앤캐시)가 조달금리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신규 대출 중단을 선언하기까지 했을 정도입니다. 대부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는 대출에 필요한 자금의 80% 이상을 2금융권에서 조달해 오는데 조달 금리가 8~9%까지 올랐다. 1년 전의 4~5%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며 “대손상각비용, 일반관리비용 등을 더하면 이미 연 20%의 금리를 넘기는 수준이라 대출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기준금리 상승으로 시중은행들의 마이너스 통장 금리가 1년 전에 비해 약 2배 오른 상황인데, 은행들은 주로 고신용자를 상대로 해 금리 수준 자체가 낮기 때문에 기준금리 상승분을 고스란히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며 “우리도 은행들처럼 금리를 2배 정도 올리면 현재 약 40%에 달하는 금리로 대출을 내줘야 마진이 남는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덧붙였습니다.
2금융권과 3금융권 업체 관계자들의 언급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금리가 있는데요. 그것은 ‘연 20%’입니다. 그렇다면 이 ‘연 20%’ 금리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바로 법정 최고금리입니다. 법정 최고 금리는 사인 간 거래에 적용하는 이자제한법과 금융기관 및 대부업자 등에 적용하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에서 각각 정하고 있습니다. 이자제한법은 최고 금리를 25%, 대부업법은 27.9% 이내에서 대통령령으로 결정하도록 하는데, 정부는 지난 2021년 7월 고금리 대출자의 부담을 낮춰 주겠다며 시행령을 개정해 최고 금리를 연 24%에서 20%로 내렸습니다.
즉 우리나라에서 그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대출에 적용할 수 있는 금리는 연 20%를 넘을 수 없습니다. 작년 한 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두 배 넘게 올랐지만 그 비용을 상품의 판매가라고 할 수 있는 금리에 반영을 못 하니 마진이 거의 안 남거나 마이너스 마진이 발생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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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고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시중은행 등 1금융권의 경우 금리 자체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증가한 비용을 고스란히 판매가에 반영할 수 있지만, 중·저신용자들이 주요 고객인 2~3금융권들의 경우 원래도 10~20%의 이자를 받았기 때문에 늘어난 비용만큼 대출 상품의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이들 2~3금융권 금융사들은 부실 위험이 큰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을 끊게 되고 결국 저신용자들은 제도권 밖인 불법 사금융의 늪으로 쫓겨나고 있습니다. 이른바 ‘착한 정책의 역설’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기준금리가 많이 올랐으니 그만큼 법정 최고금리를 올리면 되는 문제 아니냐고 질문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한 번 내린 최고 금리를 다시 올리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회엔 대출금리 내리자는 법안뿐...대출 중개 플랫폼 ‘문전성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은 정치를 하는 사람들로 표를 먹고 사는데, 대출금리를 내리자는 것도 아니고 올리자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몰린다면 그들을 위해 서민 정책 금융 상품을 확대하자는 것이면 모를까, 어렵다”고 못박았습니다. 이어 “물론 최고금리를 시행령을 통해 정부에서 정한다고는 하지만, 이 같은 중대한 사안은 반드시 당정 협의회를 거치도록 돼 있다”며 “정부가 이를 들고 오지도 못하겠지만 만약 들고 온다고 하더라도 여당에서 이를 받아줄 리 만무하다”고 부연했습니다.
실제 국회에서도 여야 막론하고 최고금리를 현재보다 더 인하하려는 움직임만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학계 등에서는 법정 최고금리를 일정 수준에 고정해 놓지 말고 시장금리 수준에 연동하는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에서는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최근 법정 최고금리 인상 검토를 시작했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쉽지 않다는 것은 금융당국 스스로도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대승적 차원의 국회 결단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원론적 차원의 논의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법정 최고금리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사이 취약 차주들은 제도권 밖으로 빠르게 밀려나고 있습니다. 대출 중개 플랫폼 ‘대출나라’ 게시판에는 불과 수십만 원의 급전도 구하지 못해 도움을 요청하는 글들이 빼곡히 들어차고 있습니다. 공공연히 법정 최고금리 이상의 이자를 약속하는 글들도 눈에 띕니다. 1월이 불과 만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대출 문의 건수만 1298건일 정도로 저신용자들의 제도권 대출 창구는 빠르게 닫히고 있는 형국입니다.
결국 2금융권과 대부업계의 대출 상황이 악화하면서 제도권에서 기회를 찾지 못한 저신용자들은 비제도권인 불법 사채의 늪으로 빠지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신고는 지난 2017년 5937건에서 2019년 4986건까지 줄었다가 지난 2021년 9238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에도 8월 기준으로 6785건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