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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8개 노조는 19일부터 연금개혁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시작했다. 이번 파업에는 온건 성향인 노동민주동맹(CFDT)까지 동참했다. 노조 측은 프랑스 전역에서 100만명 이상이 시위를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경찰도 시위대가 55만~75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대응 병력을 배치했다.
프랑스 주요 교통망은 파업으로 마비됐다. 파리에선 16개 지하철 노선 중 무인 운전이 가능한 2개 노선만 정상 운영되고 있다. 떼제베(TGV) 고속열차 역시 운행량이 3분의 1로 줄었다. 오를리공항에선 이날 항공편 중 약 20%가 취소됐다. BBC는 프랑스와 영국을 잇는 도버해협 여객선도 이날 운영을 일시중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른 부문도 속속 파업에 합류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원노조는 조합원 중 70%가 파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됭케르크에 있는 토탈에너지 정유공장도 배송을 중단했다. 프랑스 최대 노조인 노동총동맹(CGT) 필립 마르티네즈는 “많은 사람이 파업에 동참하고 거리에 나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파업 참가자들은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년 연장안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10일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연금 상한액을 수령할 수 있는 근로 기간도 42년 이상에서 43년 이상으로 늘어난다. 대신 최저 연금 수령액은 월 980유로(약 130만원)에서 1200유로(약 160만원)로 증액된다. 올 9월부터 개혁안을 시행하겠다는 게 프랑스 정부의 목표다.
연금개혁은 마크롱 대통령의 핵심 국정 과제다. 조기 은퇴와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연금 재정이 부실화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프랑스의 55~64세 인구 취업률은 57.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2.9%)을 밑돌았다. 아울러 2020년엔 근로자 1.7명이 퇴직자 1명을 부양해야 했지만 2070년엔 근로자 1.2명이 퇴직자 1명을 부양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는 연금 개혁안을 발표하며 “이대로 가면 엄청난 세금 인상과 연금 삭감이 불가피하고 연금 제도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랑스 재무부는 이번 개혁이 시행되면 2030년 연금 재정이 135억유로(약 18조원) 적자에서 177억유로(약 24조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여론은 노조 쪽에 기울어 있다. 이번 주 IFOP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8%가 연금개혁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도 하원 의석 42%를 차지하고 있는 극좌·극우진영이 연금개혁에 반대를 표명했다. 하원에서 여당 의석 비율은 38%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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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대통령은 파업에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그는 파업 첫 날인 이날 장관 9명과 함께 스페인 순방을 떠났다. 올리비에 뒤솝 노동부 장관은 17일 수드 라디오에 출연해 “연금개혁은 대통령 공약이다. 끝까지 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온건 우파인 공화당에 손을 내밀고 있다. 공화당과 손을 잡으면 하원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공화당이 찬성하지 않는다고 해도 헌법상 비상대권(긴급법률제정권)을 사용해 연금개혁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 긴급법률제정권을 행사하면 하원이 정부를 불신임하지 않는 한 국무회의 의결만으로도 하원을 우회해 법률을 제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