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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는 지난 2021년 정점을 찍은 바 있다. 앞서 2021년 유럽 생명과학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VC로부터 98억 유로(약 14조 6888억원)를 유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진단과 백신, 관련 치료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면서 VC들의 투자 열기가 달아오른 덕이다.
팬데믹 기간에 과도한 투자가 쏠렸던 탓일까. 2022년부터는 시장이 조정을 겪으면서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 규모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피치북에 따르면 유럽 생명과학 스타트업들이 2022년과 2023년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유치한 연간 투자액은 각각 68억 유로(약 10조 1898억원)와 66억 유로(약 9조 8892억원)을 기록했다.
AI가 주목받기 시작한 지난해부터는 관련 거래가 서서히 기지개를 켰다. AI 기술이 비용 절감과 신약 개발에 속도를 붙이면서 투자 매력도를 높였고, 생명과학 분야에 특화한 대규모 펀드까지 탄생하면서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글로벌 투자사들은 유럽 생명과학 스타트업들에 총 80억 유로(약 11조 9869억원)을 쏟았는데, 거래 건수는 줄었으나 하나의 스타트업에 집행하는 거래 규모만큼은 소폭 늘었다. 초기부터 후기 단계의 스타트업까지 ‘될성부른 스타트업’에는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올해 역시 라운드 규모가 큰 생명과학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속속 유치했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비만 치료제 개발 스타트업 ‘베르디바 바이오’는 4억 1100만달러(약 5986억원) 규모의 시리즈A 라운드를 마무리했는데, 이는 유럽의 제약·바이오 관련 벤처가 시리즈 A 라운드를 통해 유치한 금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고 지난 10년간 생명과학 분야를 통틀어 네 번째로 큰 규모의 VC 거래다.
이 밖에 영국의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아폴로 테라퓨틱스’는 2억 2650만 달러(약 3300억원) 규모의 시리즈 C 라운드를, 스위스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누맙 테라퓨틱스’는 1억 8000만프랑(약 2873억원) 규모의 시리즈 C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피치북은 “인공지능(AI)이 기술적 발전을 촉진하면서 생명과학 분야에서의 기회가 늘었다”며 “올해 생명과학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거래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