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회장 취임 후 구상한 첫 장기 프로젝트
"국민들 아이디어, 실제 사업화 이루는 게 중요"
아이디어 멘토링 넘어…심사·사업화 단계도 참여
신한은행·더존비즈온 '매출채권 팩토링' 사업개시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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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국민들이 직접 낸 아이디어로 사업화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재계 관계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취임 후 “기업들이 사회와 호흡하며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장장 1년여에 걸쳐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 ‘국가발전 프로젝트’가 첫 결실을 봤다. 중소기업의 오랜 염원이기도 한 ‘매출채권을 활용한 조기 현금화’를 골자로 한 ‘매출채권 팩토링’이 그 주인공이다. 상거래로 발생한 외상매출채권을 신용만으로 즉시 현금으로 회수할 수 있는 서비스로, 대한상의 ‘국가발전 프로젝트’ 공모전에서 입상한 아이디어다. 올해 초 ‘CEO를 찾는 사업화 챌린지’까지 거친 첫 결과물이다. 이를 위해 대한상의는 신한은행, 더존비즈온과 함께 중소기업 매출채권 팩토링 및 디지털 전환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16일 체결했다. 신한은행과 더존비즈온은 조만간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사업을 개시할 방침이다.
| 자료=대한상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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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국가발전 프로젝트 구상 당시 이미 사업화까지 구상했다고 한다. 공모전부터 MOU까지 전 과정을 꼼꼼히 챙겼다. 최근 ‘신기업가 정신’을 주창해온 최 회장의 의중이 담겼다는 게 대한상의 측 설명이다.
국가발전 프로젝트는 장기 프로젝트였다. 모집기간만 100일에 달했다. 그리고 무려 4704건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국가적 난제를 풀어보자는 국민 관심과 스타 기업인의 방송 출연이 한몫했다. 최 회장은 응모자들에게 참여에 대한 감사 서한을 전하는가 하면, 맛보기 오디션 프로그램인 SBS ‘아이디어리그’에도 출연해 오디션 참가자들을 위한 멘토를 자처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또 최종 선정 단계를 앞뒀을 때 다른 기업 경영진,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출전팀과 많게는 10회 이상 미팅을 진행하며 사업 설계를 도왔다.
서류심사와 면접 등을 거쳐 최종 4개의 사업화 아이디어가 선정됐다. 최 회장이 직접 멘토링한 △게임과 여행을 융합한 증강현실(AR) 보물찾기 ‘코리안 게임’을 비롯해 △영상통화로 치매를 예방하는 ‘사소한 통화’ △야간진료와 주말 진료 시스템인 ‘우리동네 병원’ △중소기업 매출채권 결제·유동화 플랫폼 ‘외상값 하이패스’ 등이다. 총 시상금은 2억 2900만원이며, 1등에는 1억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가운데), 진옥동 신한은행 은행장(오른쪽), 김용우 더존비즈온 대표(왼쪽)가 매출채권 팩토링 지원 위한 업무협약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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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지난 3월 아이디어 사업화 담당자로 선정된 벤처기업 관계자들과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경제혁신과 사회발전을 위한 솔루션을 국민 스스로 찾는 방법으로 해보자는 취지”라며 “이를 위해 국민들의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화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최 회장은 국가발전 프로젝트 아이디어의 사업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할 것을 지시했고, 대한상의는 내달 초 이를 선보일 계획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그간 매출채권 만기 전까지 현금화되지 않는 것에 불안감이 있었는데, 이번 서비스로 언제든지 매출채권을 현금화할 수 있는 이점이 생겼다”며 “그간 필요성은 제기됐으나 이번 기회에 기업이 직접 나서 사업화할 수 있게 된 데 대해 의의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은행 입장에선 담보없이 신용으로만 현금을 제공하지 쉽지 않았다”면서도 “디지털 전환 등 상황이 바뀌고 있고 그간 축적된 기업들의 신용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