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의사 수 증원 문제보다 의료제도 변화에 대해 먼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보건복지부가 5년간 의대 정원 1만명 확충을 위한 근거 자료로 밝힌 보고서를 쓴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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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교수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관련 쟁점과 해결과제’ 간담회에서 “지금 의사들과 의료계가 화가 난 이유는 사람을 살리려고 공부하고 의료서비스 행위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가치를 왜 인정하지 않고 보상을 안해주냐는 것”이라며 “이런 근본적인 변화없이는 이 질곡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의료 서비스 제공체계의 혁신’과 수가로 대변되는 ‘의료 서비스 지불보상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체계 혁신에 대해서는 “현재 우리나라는 빅 5, 상급, 대학병원 중심인데 이들은 궁극적으로 책임지는 병원이어야 한다”며 “1차, 동네병원이 자기 역할을 해야 튼튼한 의료 체계가 가능하다. 상급종합병원부터 동네 병원까지 협력적으로 일하면서 환자를 돌보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불보상제도와 관련해서는 “수가를 행위 기반에서 가치 기반으로 전환해야 한다. MRI 한장을 찍는 것보다 내가 수술하지 않으면 죽는 환자를 살려내는 게 수가가 적다면 화가 안나겠나”라며 “숭고한 의료 행위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가 소아과와 산부인과에 대해 가산 수가를 적용하겠다는데 그것은 임시방편”이라며 “사망률 감소, 높은 치료율, 질병 예방, 건강지표 개선 등 의료서비스의 성과지표를 갖고 지불보상을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런 개혁이 잘 이뤄지면 1만명이 아니라 4분의 1, 3분의 1 증원 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다음에 의사가 얼마나 필요하고 지방에는 의사가 얼마나 부족할지 등에 대해 지혜를 모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잉공급 고려 필요…‘피교육자’ 전공의 지위 올바르게 바꿔야”
홍 교수는 증원을 하더라도 향후 일어날 수 있는 과잉공급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시나리오별로 다르긴 하지만, 현재 의료시스템을 유지할 경우 2035년 의사수급이 부족할 것이다. 지방은 의사 수급 부족이 심화하고 소도권은 오히려 과잉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며 “그러나 2050년부터는 전국적으로 봤을 때 과잉공급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의대정원 확대는 비수도권 국한하고 향후 과잉공급이 나타날 것이므로 탄력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는 2035년 1만명이 부족하니 2025년부터 5년 동안 2000명씩 늘려서 1만명을 채우겠다는 전략”이라며 “그리고 5년 뒤 (과잉에 대비) 다시 복귀하자고 하는데 교수도 늘고 강의실도 맞춰뒀는데 다시 돌아갈 수 있겠느냐”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만약 지금같은 의료제도를 가져가면서 1만명을 채워야 한다면 1000명씩 10년을 늘리는 게 어떻겠냐”며 “상황을 봐 가면서 안정적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전공의들의 미복귀 문제에 대해서는 “전공의는 교육을 받는 지위가 80%고 의사로서 역할이 20% 가량이어야 하는데 상급병원들이 이들에 의존하는 것이 문제”라며 “전공의의 지위를 올바르게 바꾸게 되면 과도한 노동도 줄어들 것이다. 의료에 대한 가치를 사회가 인정해주는 시스템이 된다면 전공의들도 돌아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일괄 사직의 뜻을 밝힌 데 대해서는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 상황 자체에 화가 난 것”이라며 “학생들이 돌아오려면 정부와 의료계, 국민이 앉아서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