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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3분기 스타트업들은 미국 VC들로부터 430억 달러(약 61조7007억 원)를 조달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대비 절반으로 뚝 떨어진 수준으로, 최근 8분기 만에 최저치이기도 하다. 후기 단계에 대한 투자사들의 관심은 여전히 낮았다. 기업공개(IPO) 한파로 침체된 시장 분위기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면서다. 다만 상대적으로 시장 영향이 덜한 엔젤 및 시드 라운드는 강세를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초기 단계 투자 라운드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피치북은 초기 단계 투자에 대한 투자사들 관심은 여전하다면서도 “그간 시드 단계와 초기 단계 딜 사이즈의 중간값은 모두 지속적으로 상승했지만, 올해 3분기에는 19.7% 떨어진 89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창업자들이 할인된 밸류에이션으로 평가받고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기 보다는 시장 상황이 나아질때까지 버틸 최소한의 자금만을 유치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올해 3분기까지 스타트업 투자 규모의 절반 가까이(45.1%)를 차지한 미국 CVC들의 움직임에도 주목했다.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PE) 등 다른 비전통적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투자 규모를 줄여나가는 와중 CVC들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가진 만큼, 재무적 측면뿐 아니라 전략적 측면에서 투자 활동을 전개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금융시장의 흐름과는 상반되게 대규모 펀드 조성도 속속 이뤄졌다. 피치북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올해 3분기까지 총 1509억 달러(약 216조7000억 원) 수준의 펀드가 조성됐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찍은 지난해 연간 기록(1472억 달러)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피치북은 이에 대해 “미국 베세머벤처파트너스와 배터리벤처스, 라이트스피트 등 굵직굵직한 투자사들이 10억 달러 이상의 펀드를 결성한 영향”이라면서도 “결성된 펀드 중 일부는 시장의 변동성이 나타나기 전부터 자금 조달을 논의해온 것으로, 지난해 긍정적이었던 시장 흐름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회수 시장 기세는 급격히 꺾였다.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국 투자사들은 140억달러를 회수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하락한 수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