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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27종 토큰화…"진짜 경쟁은 유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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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연 기자I 2026.10.02 1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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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써밋 2026]
박구빈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
“유동성·법적 안정성·투자자 신뢰가 성패 갈라”
"韓, 유통·수탁·보상 인프라도 함께 준비해야"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금융상품을 토큰으로 발행하는 기술보다 발행 이후 유동성과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는 일이 토큰화 시장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수탁사와 명의개서대리인, 시장조성자, 온체인 금융 프로토콜이 함께 참여하는 생태계를 갖추고 토큰 보유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할 구조를 먼저 설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구빈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가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26 이데일리 STO 써밋’에서 ‘자산운용사의 토큰화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박구빈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가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26 이데일리 STO 써밋’에서 ‘자산운용사의 토큰화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박구빈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26 이데일리 STO 써밋'에서 "토큰이 대출 담보나 결제 수단 등으로 실제 활용되지 못하면 2차 시장의 유동성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토큰화 시장은 국채와 머니마켓펀드(MMF)를 넘어 주식·상장지수펀드(ETF), 사모대출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온체인 실물연계자산(RWA) 규모는 2024년 48억달러(약 6조 5000억원)에서 올해 383억달러(약 52조 1400억원)로 2년 만에 약 8배 늘었다.

시장 확대와 함께 경쟁의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토큰을 발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발행과 거래, 결제·청산을 하나의 구조로 묶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거래소와 토큰화 플랫폼이 발행사를 인수하거나 자체 블록체인을 구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상무는 "지금은 규제와 인프라, 상품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상용화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박 상무는 토큰화의 핵심은 기술보다 법적 구조에 있다고 짚었다. 현재 시장에서는 실물 자산을 별도로 보관하고 그에 대한 청구권을 토큰으로 발행하는 '래퍼형', 기존 주주명부와 블록체인 기록을 일대일로 맞추는 '디지털 트윈형', 블록체인 원장 자체를 유일한 법적 기록으로 인정하는 '디지털 네이티브형'이 주로 논의된다.

래퍼형은 비교적 빠르게 상품을 내놓을 수 있지만 토큰 보유자가 실물 자산에 어떤 권리를 갖는지 명확해야 한다. 디지털 트윈형은 기존 금융 인프라와 연결하기 쉽지만 온체인 기록과 법적 원장 사이의 정합성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형은 효율성이 높지만 이를 법적 장부로 인정할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해외 사업이 세 가지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미래에셋 글로벌엑스 ETF 27종은 온도파이낸스와 로빈후드 등의 플랫폼에서 래퍼형으로 유통되고 있다. 플랫폼 측 특수목적법인(SPV)이 실제 ETF를 매입해 수탁한 뒤 일대일로 토큰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홍콩에서는 기존 ETF에 별도의 토큰 클래스를 추가했다. 기존 금융기관이 장부 관리와 수탁을 맡고 가상자산 플랫폼이 블록체인상 발행·소각과 유통을 담당한다. 미국에서는 기존 판매망과 온체인 유통 채널을 함께 활용하는 신규 등록 인터벌 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상품을 발행했다고 해서 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박 상무는 "운용사 혼자서는 시장을 만들 수 없다"며 "명의개서대리인과 수탁기관, 시장조성자, 온체인 금융 프로토콜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별 규제 환경도 시장 설계의 주요 변수로 꼽혔다. 홍콩은 인가받은 플랫폼을 통한 개인 투자자의 토큰화 상품 거래가 비교적 활발하다. 반면 미국은 기존 증권법 안에서 상품을 설계할 수 있지만 규제 준수 비용이 높다.

유럽은 토큰화 증권에 단일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국가별 판매 규정을 따져야 한다. 박 상무는 "형태가 블록체인으로 바뀌더라도 증권 투자자 보호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기술 위험과 파산 위험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박 상무는 실제 주식시장의 단일 이상 거래가 온체인 가격에 반영되면서 대규모 청산으로 이어진 사례를 들며 가격정보 제공자(오라클)를 복수로 두고 급격한 가격 변동을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기초자산이 일대일로 보관돼 있어도 발행·결제 법인이 파산하면 투자자가 자산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할 수 있는 만큼 수탁 자산의 파산 격리와 실시간 원장 대조, 손실 보상 기준을 사전에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진짜 과제는 발행 이후에 있다”며 “유동성과 생태계, 투자자 신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도 토큰증권 제도를 설계할 때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발행할지만 볼 것이 아니라 유통과 수탁, 사고 발생 시 보상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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