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전기트럭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배경에는 경유값 급등이 있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폐쇄한 이후 스리랑카의 경유 가격은 전쟁 전보다 48%, 필리핀은 57% 뛰었다. 중국에서도 경유 가격이 15% 상승했다.
세계 최대 전기 대형트럭 제조업체인 중국 싼이(Sany)의 웨자오팅 국제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로이터에 “전쟁이 이들 신규 시장의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가 오르기 전에는 해당 시장 고객들이 전기 대형트럭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는 데 약 28개월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18개월로 짧아졌다고 설명했다.
싼이도 이에 맞춰 수출 전략을 바꾸고 있다. 회사는 과거 유럽 시장에 집중했지만 최근 동남아시아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가격을 낮춘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대형 전기트럭 880대를 한꺼번에 선적해 단일 주문 기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계약상 비밀을 이유로 수출 대상 국가는 공개하지 않았다. 싼이는 전쟁에 따른 수요 증가가 적어도 향후 1년간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를 중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에서는 이미 전기트럭이 틈새시장을 넘어 주요 상용차로 자리 잡고 있다. 2021년만 해도 신차 트럭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사실상 미미했지만 지난해에는 30%까지 높아졌다. 올해 상반기에만 전기트럭 14만대가 팔렸다. 중국의 경유 소비량도 지난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전기트럭 확산은 중국의 석유 수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헬싱키에 본부를 둔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는 올해 중국에서 운행되는 전기트럭이 경유 소비를 줄여 석유 1억4100만배럴에 해당하는 수요를 대체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중국 전체 석유 수요의 3%가 넘으며 중국이 쿠웨이트에서 수입하는 연간 물량과 맞먹는다. 중국이 올해 상반기 수출한 전기트럭이 해외에서 대체하는 석유 수요도 연간 환산 기준 160만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중국에서 나타난 성장세가 다른 시장에서도 그대로 재현될지는 불확실하다. 전기트럭은 여전히 디젤트럭보다 차량 가격이 비싸고 충전시설도 부족하다. 호주에서는 전기트럭 한 대 가격이 약 50만호주달러(35만달러)로 동급 디젤트럭의 약 두 배에 달한다. 전쟁 전에도 연료비 절감을 통해 운행비를 디젤트럭보다 최대 70% 줄일 수 있었지만 높은 초기 구매비용은 여전히 진입 장벽이다.
싼이는 충전 인프라 부족에 대응해 전기 생산과 저장, 차량 충전을 묶은 시스템도 고객에게 판매하고 있다. CREA의 라우리 밀리비르타 공동창업자는 중국산 전기 승용차가 해외에서 빠르게 늘어나면 충전망 확대가 전기트럭 보급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높은 연료 가격이 기업들의 전기트럭 전환을 앞당길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 상용차 시장의 변화는 한국 업체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중국 전기트럭이 동남아시아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하면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전기·수소 상용차 사업과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상용 전기차 시장 확대는 배터리 수요에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전기트럭이 디젤 수요를 빠르게 대체할 경우 아시아 경유시장과 정유업에도 중장기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수출 급증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충격이 중국 전기트럭 업체의 해외 진출을 앞당기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 내에서 진행되던 상용차 전동화가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로 확산할 경우 중국 자동차 업체의 수출 확대뿐 아니라 역내 석유 수요 구조까지 바꿀 수 있다. 다만 실제 확산 속도는 유가가 높은 수준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는지와 각국의 충전 인프라 확충 속도에 좌우될 전망이다.

![20년 ‘흉물' 골프장에 1000가구…서울 유일 신규택지 가보니 [르포]](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8/PS26081400377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