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이 심화하면서 장비주 주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엔비디아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핵심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사인 SK하이닉스(000660) 주가는 올해 들어 훨훨 날고 있다. 엔비디아부터 SK하이닉스, 장비주로 긍정적 흐름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상대적으로 뒤처진 삼성전자(005930) 주가는 7만원대에 갇혀 있다. 그 결과 삼성전자 밸류체인에 포함된 장비주도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3개월 사이 주가가 16만 6500원(3월4일)에서 19만 3300원(6월4일)으로 16.09% 올랐다. 올해 들어 주가는 14만원대에서 19만대로 36.60% 상승했다.
지난해부터 AI 반도체 경쟁에서 HBM이라는 핵심 디바이스를 필두로 한 밸류체인이 부각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3E(5세대)를 내세워 진입 장벽을 더욱 두텁게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HBM 예상 수요량에서 약 60%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에 SK하이닉스 HBM 밸류체인 종목은 올해 하반기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리란 기대를 받고 있다.
한미반도체(042700)는 SK하이닉스 HBM용 TC본더(열압착 본더)를 사실상 독점해왔기 때문에 SK하이닉스와 함께 주가가 뛰었다. 최근 3개월 사이 주가는 9만 5400원에서 14만 8600원으로 뛰며 55.8% 상승했다. 독점 체제를 깨기 위한 경쟁사의 시도에 전날 주가가 9%이상 하락하기도 했으나 단기간에 독점이 깨지긴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HBM 선두로 평가받는 SK하이닉스의 HBM3 기준 수율은 60~70%대로 추정된다. HBM 100개를 만들면 70개가 정상품이라는 뜻이다. 메모리반도체 업체가 한정된 시설 내에서 최대한 많은 제품을 생산하려면 수율 개선이 필수이고, 이를 위한 검사·계측 장비도 주목받고 있다.
디아이(003160) 자회사인 디지털프론티어(DF)는 SK하이닉스에 메모리 웨이퍼와 번인 테스터를 공급하고 있다. 디아이는 최근 3개월 사이 주가가 무려 130.1%나 불어났다.
주가가 크게 뛰어오른 SK하이닉스 밸류체인에 비해 삼성전자 밸류체인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우선 삼성전자부터 주가가 지난달 8일 종가 기준 8만원을 넘은 이후 약 한 달간 7만원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최근 3개월 사이 주가는 0.53% 상승해 7만 5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7만 8500원)과 비교하면 주가는 오히려 4.07% 내렸다.
삼성전자 밸류체인에 속한 장비주도 상대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예스티(122640)가 3개월 사이 22.4%, 오로스테크놀로지(322310)는 36.4% 하락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HBM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전반적으로 국내 장비주에 온기가 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HBM 패권을 쥐고 있는 메모리 제조사를 중심으로 강한 낙수 효과가 나타나리라는 기대에서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에는 업황 회복 기대감이 장비주에 녹아들었다”며 “하반기에는 신규 투자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AI 반도체 후공정에 더해 전공정 장비까지 유니버스가 확장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