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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부총리는 17일 오후 5시 서울 신촌 박스퀘어의 옥상 호프집에서 ‘학문후속세대 간담회’를 열고 대학원생과 박사후과정생, 신진연구인력 등 20명과 학문후속세대들의 애로사항과 건의사항 등을 함께 나눴다.
대학원생과 박사후과정생들은 지원제도나 규제 등 현재의 연구 환경을 고려할 때 학문후속세대들이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쉽지 않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김동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연구원은 “현재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해서 연구비가 많이 지원되고 있다”면서도 “불안한 건 정권이 바뀌거나 하면 연구비가 다른 곳으로 집중되는 등 연구가 유행을 탄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앞으로 10년20년 가야될 정책들은 전문 집단에서 제시한다”며 “우리도 국가에 도움되는 연구 분야는 정치관계에 좌우되지 말고 전문가 집단이 정해놓은 방향대로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신진 학자들의 인건비가 낮은 탓에 생계 유지가 힘들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의 모 대학 법학연구소에 있는 한 학술연구 교수는 “저는 연구교수로 3년간 1억 2000만원을 지원받는데 이 중 인건비는 1년에 3300만원”이라며 “내일이면 마흔이 되는데 한달에 210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신진 학자가 할 수 있는 건 다른 연구용역에 참여하거나 강의를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연구용역에선 인건비 명목의 돈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규제가 있고 강의 또한 강사법 시행 때문에 힘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도는 잘 만들었지만 규제 부분은 잘못 됐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월급이 올라가지 않는다면 연구용역에서 제한을 풀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준수 건국대 응용생명과학과 석·박사통합과정생도 “현재 상황에서 대학원생들의 인건비는 전적으로 교수님이 연구 과제를 ‘많이 따냐, 따지 못하냐’의 역량 차이에 달려있다”며 “모든 대학원생의 최저임금을 보장하자고 하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지만 대학이 대학원생을 고용하고 받아들이는 데 부담이 없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의 연구 의욕 고취와 연구의 질 제고를 위해 지원비를 늘리거나 연구지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경민 부경대 석사과정생은 “BK21 사업의 지원부문 중 국제학술대회 참가를 지원하는 게 있다”며 “하지만 지원비용이 적어 미국이나 유럽의 저명한 학술대회에 가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도 국제학술대회에서 배우는 게 많았고 박사과정 생각도 하게 된 만큼, 이런 부분에서 지원을 늘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성경 조선대 디자인학과 석·박사통합과정생은 “똑같은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해도 건축 관련 전공 연구자는 지원금을 통해 자유롭게 설문을 하는가 하면 그렇지 못해 연구의 질을 걱정해야 하는 학문분야도 있다”며 “학문 분야 기준이 아니라 연구 범위에 따라 지원을 확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승복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은 “오늘 간담회를 요약해보면 연구 기회의 확대와 지속성, 안정성 등에 대해 말씀해주셨다”며 “기초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지속성과 안정성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있으며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충분하지 못한 지원 속에도 연구에 대한 열정과 학문에 대한 책임으로 연구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굉장히 감사하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 BK21 후속사업계획과 관련해 올해 연말까지 변화를 가지려고 하기에 연구자들에 대한 지원이 체계적으로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