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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총소리가 난다’는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방탄조끼가 아닌 외부 근무용 조끼만 착용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 조직의 안전 불감증이 안타까운 희생을 불러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SNS에 “경찰 죽이는 것 목적”…중복 관리 이유, 우범자 관리 최하 등급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 7월 28일부터 성씨의 우범자 관리 등급을 최하인 자료보관 등급으로 낮춰 관리해 왔다고 20일 밝혔다. 애초 첩보수집 단계였던 성씨는 지난해 5월 25일 최고 등급인 중점관리 대상으로 변경됐었다.
경찰 관계자는 “전자발찌 착용자는 법무부에서도 관리를 하니 성씨의 등급을 낮췄다”며 “중복 관리를 할 필요가 없으니 전자발찌 착용이 끝나면 등급 심사를 다시 하기로 했었다”고 말했다.
경찰의 ‘우범자 첩보수집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우범자는 중점 관리·첩보 수집·자료보관 대상자로 등급이 나뉜다.
가장 높은 등급인 중점관리 대상자는 경찰이 매달 1회 이상 범죄 여부 관련 첩보를 수집해야 한다. 첩보 수집 대상자는 3개월에 1회 이상 첩보를 수집해야 하고 가장 낮은 등급인 자료보관 대상자는 전산으로 범죄 관련 자료만 입력해 보관하면 된다.
성씨가 지난달부터 SNS에 지속적으로 경찰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낸 글을 써왔던 것도 확인됐다. 특히 지난 11일에는 “앞으로 2~3일 안에 경찰과 충돌할 것. 부패친일경찰 한 놈이라도 더 죽이는 게 목적”이라면서 범행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범인, 방탄복으로 무장 vs 근무용 조끼만 착용한 경찰
총격 범행 당시 성씨는 ‘서바이벌 용품 가게’에서 구입한 방탄복까지 입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성씨의 총탄에 숨진 고 김창호 경감 등 경찰은 외근용 조끼만 착용한 채 보호장비를 갖추지 않았다. 외근용 조끼는 야광 밴드가 있어 밤에도 잘 보일 수 있게 했지만, 흉기 등으로부터 보호 기능은 없다.
사건 현장 상황에 따라 권총과 전기충격기, 방검복 등을 사전에 준비해야 했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보호 장비를 챙길 틈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출동한 다음에 사제총기 내용이 접수돼 비치돼 있던 방탄복을 가져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이런 현실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서울 일선서의 한 경감은 “사격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장비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한편 경찰 조사 결과 성씨는 인터넷에서 총기 제작법 등을 보고 사체총을 직접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성씨의 동의를 받아 이날 오전 9시 45분부터 1시간 가량 자택을 압수수색해 화약을 모으는 데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폭죽껍데기 일부를 발견했다.
경찰은 성씨에게 둔기로 맞아 중상을 입은 이모(68)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두개골 골절로 뇌출혈이우려돼 중환자실에게 치료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씨의 진술을 참고로 현장조사 등을 실시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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