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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공개된 가상자산 세제 법안 패키지는 가상자산 투자자와 이용자들의 세금 신고 부담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열린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법안이 제안하는 과세 방식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으며, 일부 핵심 의원들은 청문회 전부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이번 청문회는 입법 절차의 첫 단계로, 향후 수정안 작성과 위원회 심의를 거쳐야만 하원 전체 표결에 부쳐질 수 있다. 하원 세입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공화당 제이슨 스미스 위원장은 “우리는 법안 처리에 초당적 협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리처드 닐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궁극적으로는 그 목표에 동의하지만, 아직은 아니다”며 “양당 모두 건강한 수준의 회의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가상자산 업계는 클래리티법이 의회에서 신속하게 처리되길 바라면서도 그 다음 우선순위로 세제 개혁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현행 미국 세법은 디지털자산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채굴(mining), 스테이킹(staking) 수익을 얻거나 거래 횟수가 많은 투자자들은 세금 계산이 매우 복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스미스 위원장도 이를 감안한 듯 “이번 법안들은 전통 금융자산과의 과세 형평성 확보, 가상자산 특유의 과세 상황에 대한 명확성 제공, 그리고 투자자와 중개업체의 행정 부담 감소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법안 가운데 하나는 가상자산 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소액 거래 면세’를 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비트코인이나 스테이블코인 등으로 커피 한 잔을 사더라도 양도차익 계산 및 신고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개정안은 일정 금액 이하의 소규모 이익에 대해서는 신고 의무를 면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업계는 이를 통해 가상자산이 일상 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하원의원인 맥스 밀러와 스티븐 호스퍼드는 ‘디지털자산 보호·책임·규제·혁신·과세·수익법’, 약칭 ‘디지털자산 패리티법(Digital Asset PARITY Act)’ 초안을 공개하면서 소액 스테이블코인 거래에 대한 제한적 세금 면제 조항을 신설하고, 스테이킹 소득의 과세 방식을 바꾸는 내용을 제안한 바 있다.
이 패리티법 초안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의 취득원가(cost basis), 즉 투자자가 지불한 금액이 1달러 또는 0.01달러에서 1% 이내 범위에 머무는 경우 해당 스테이블코인에는 자본이득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규제 대상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취득하거나 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거래 비용은 투자자의 취득원가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요건 하에서 200달러 미만 거래에 사용되는 미국 내 규제 대상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에 따른 차익 또는 손실을 인식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해당 거래에 대해 세금을 물거나 소득을 신고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다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여타 가상자산이 이 같은 소액 면세 혜택에서 제외됐다는 점은 논란이다. 이 혜택을 받지 못할 경우엔 비트코인으로 소액의 결제를 하더라도 매번 취득원가 대비 (결제 시점에서의) 차익을 계산해서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이는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기 어려워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법안은 채굴과 스테이킹 수익에 대한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채굴·스테이킹 보상을 받을 때 소득세를 내고, 이후 해당 코인을 매도할 때 다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구조다. 스미스 위원장은 “미국인들이 신용카드나 현금 대신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고 싶다면, 복잡한 세금 서류에 시달리지 않고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호응했다.
법안에선 대출(lending), 스테이킹(staking), 지분증명(PoS) 네트워크의 수동적 검증자(passive validator)로서의 채굴에서 발생한 소득을 수령인의 연간 총소득(gross income)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이 금액은 ‘공정시장가치(fair market value)’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이는 대출과 스테이킹, PoS 채굴 수익에 대해 즉각적인 세금 부담을 유예하는 것이다. 기존엔 보상 수령 시점의 디지털자산 가치로 과세해 가격 변동으로 손실이 나도 세금은 먼저 내야 하는 이른바 ‘유령소득’ 문제가 있었다.
이에 대해 업계 내에서도 스테이킹 유예 조항이 불균형하고 기술 편향적인 세제를 만들며, 비트코인과 같은 작업증명(PoW) 네트워크를 불리하게 만든다고 반발하는 목소리가 있다. 비트코인정책연구소(BPI)는 “이 초안이 과거 채굴자와 스테이커 모두 입법적 구제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던 유령소득 문제를 계속 남겨두고 있으면서도 그 해결책은 스테이커에게만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PI는 이 같은 불균형을 ‘이중적 세금 체계(two-tier tax regime)’라고 규정하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에만 한정되지 않는 보다 폭넓은 소액 면세 규정을 복원하고, 과세 유예 선택권을 모든 블록 보상 수령자, 즉 스테이커뿐 아니라 채굴자에게도 확대하거나, 최소한 채굴을 명시적으로 구제 대상에 포함할 것을 의회에 촉구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PoW 기반 시스템에 불이익을 주고 혁신을 해외로 내몰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일부 전문가들은 악용 가능성에 우려를 드러냈다.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한 한 전문가는 특히 채굴 및 스테이킹 과세 유예 조항을 문제 삼았다. 이 전문가는 “법안은 채굴자와 스테이커가 신규 발행 코인에 대한 소득 인식을 매도 시점까지 연기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며 이 조항이 사실상 새로운 세금 보조금(tax subsidy)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방식이 전통 금융상품과의 과세 형평성을 훼손하고 “소득은 수령 시점에 과세한다”는 기본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특히 특정 사업 구조를 활용할 경우 일부 납세자들이 세금을 영구적으로 회피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이 같은 지적은 민주당 의원들의 큰 관심을 끌었으며, 다수 의원들이 제도 악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현재로서는 이번 회기 안에 대규모 가상자산 세제 개혁이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의회 일정이 이미 포화 상태인 데다, 클래리티법 처리가 더 우선인데 이 역시 아직 마무리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앵커리지 디지털(Anchorage Digital)의 정책 총괄 케빈 위소키는 “규제 명확성과 세제 명확성은 함께 가야 한다”며 “혁신과 투자, 일자리를 미국에 유지하려면 명확하고 실행 가능하며 현대 기술에 맞는 규칙이 필요하다”고 말해 법안 처리 지연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했다.
상원에서도 아직 가상자산 세제 개혁 논의가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이 유사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다. 미국에서 실제 법률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하원과 상원 모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