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가격 상한제 도입 '초읽기'…산업장관 "준비 거의 마쳐"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정두리 기자I 2026.03.09 12:16:21

기름값 치솟자…정부, 29년만에 검토
소비 왜곡·재정 부담 등 우려 나올듯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중동 사태 확산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 도입 검토에 나섰다. 시행될 경우 외환위기이던 1997년 이후 29년 만에 석유 가격에 대한 직접적인 행정 개입이다. 유가 자유화 이후 사실상 시장 자율에 맡겨졌던 가격 결정 구조에 정부가 개입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중동상황 대응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9일 산업통상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 도입을 위한 준비를 마친 가운데 실제 발동 시점과 방식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동상황 대응본부 회의’에서 “국제유가와 약 2주 시차를 두고 움직이던 국내 석유 가격이 최근 며칠 사이 급등했다”며 가격 전가 양상에 우려를 표했다. 전날에는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와 관련해 “거의 준비를 다 마쳤다”며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보며 대응하되, 시행 결정이 나면 즉시 집행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는 정부가 자체 산식을 통해 석유제품의 최대 판매가격을 계산·지정하고, 정유사·주유소에 그 가격을 초과한 판매를 금지하는 제도다. 사실상 ‘상한선’을 넘는 가격 신호를 봉쇄해 단기간 급등세를 누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가 석유에 대한 최고가격을 지정할 수 있는 근거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제23조에 규정돼 있다. 이 조항은 석유의 수입·판매 가격이 현저히 등락하거나 등락할 우려가 있어 국민생활과 국민경제에 부담을 줄 경우, 산업통상부 장관이 석유판매가격의 최고액 또는 최저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유가 자유화가 이뤄진 1997년 이후 이 조항이 실제로 발동된 사례는 없어, 그동안에는 ‘사문화된 조항’에 가까웠다.

다만, 우려도 뒤따른다. 정부가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할 경우의 부작용 때문이다. 남용될 경우 시장 신뢰 훼손과 투자 위축, 장기적 공급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가격 신호를 왜곡하면 수요 조정 기능이 약해지고, 기업 입장에서는 공급 확충에 대한 예측 가능성도 떨어질 수 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한제 도입은 가격 급등의 충격을 줄이겠다는 의도와 달리 소비 왜곡·재정 부담·자원 배분 비효율만 키울 수 있다”면서 “심리적 불안을 달래는 단기 처방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기능을 훼손하고 위기 대응 여력을 줄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경쟁 여건과 비용 구조에 따라 더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주유소나 정유사가 있더라도, 정부가 정한 상한선까지 가격을 올려 판매하려는 유인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격 통제 과정에서 정유·유통업계가 손실을 보게 될 경우에는 정부가 일부 재정 지원을 통해 손실을 보전하는 장치도 제도 설계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석유사업법에는 정부가 정유사·수입업자·판매업자가 입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이 경우 결국 국민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어 ‘물가 안정 효과’와 ‘재정 부담’ 사이의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부 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평가하기 어렵다”며 “정부 안의 설계와 보완 장치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한편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 검토와 함께 자원안보 측면에서도 비상 체제를 가동하고 자원안보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한 상태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대체 수입선 확보와 해외 생산분 도입 등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위기 단계별 비축유 방출 계획을 세밀하게 마련해 수급 위기 악화 시 즉시 방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유가 상승기에 편승한 담합, 가짜 석유 판매, 정량 미달 등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범부처 합동점검과 특별기획점검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