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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에서 총회 열고…일반 분양가 낮추고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은평구 증산2구역 재개발 단지는 오는 26일 한 음식점에서 총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구민 회관 등 대형 강당을 빌릴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대관을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식당에서 총회를 열기는 처음이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1단지 조합도 오는 30일 인근 개포중학교 운동장에서의 총회 개최를 고민 중이다.
코로나19에도 조합원들이 무리해서 모이는 이유는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오는 4월 28일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야지만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관리처분변경 인가 등을 위한 조합 총회를 거쳐야 하는데 도시정비법상 조합원 중 20% 이상(서면 포함 50%)이 ‘직접’ 참석해야만 조합 총회가 열릴 수 있다.
코로나19로 총회 일정에 차질이 생기자 다급해진 조합은 ‘공사장 총회’를 넘어 ‘분양가 낮추기’에도 나선 상황이다. HUG에 제시하는 일반 분양가를 낮게 책정해 협상을 빨리 끝내자는 의도다.
이달 말 총회를 여는 서울의 증산2구역과 수색6구역·수색7구역·수색13구역 모두 일반 분양가를 3.3㎡ 당 약 2100만원으로 책정할 계획이다. 이 가격은 지난해 8월 분양에 나선 은평구 ‘녹번역 e편한세상 백련산’의 2504만원보다 낮은 가격이다. 수색6구역 조합 관계자는 “HUG 측과의 협상을 빨리 끝내야 입주자 모집공고를 4월 안에 낼 수 있다”며 “가뜩이나 조합 일정이 밀린 마당에 일반 분양가로 줄다리기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총회를 마무리한 동작구 흑석3구역도 HUG 측에 일반분양가 2813만원(3.3㎡)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는 작년 8월 분양한 동작구 ‘이수 푸르지오’와 같은 가격이다. 흑석3구역의 조합원은 “일정이 빠듯하게 진행되다 보니 일반분양가를 턱없이 낮게 책정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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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114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조합의 ‘고군분투’에도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 단지는 최대 15곳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내 관리처분인가(착공·철거 신고 포함)를 받았지만 입주자모집공고를 못 낸 정비사업장은 현재 103곳에 달한다. 이 중 약 15%만 분양가상한제를 피하는 셈이다.
심지어 코로나19로 15곳의 분양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 4월 중 입주자모집공고를 낼 계획이었던 성북구 길음동 ‘길음역세권’ 재개발 단지는 구체적인 총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만약 3월 내 총회를 열지 못하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크다. 조합 관계자는 “3월 말에 총회를 잡아야 하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못 잡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서울의 일부 자치구도 코로나19를 이유로 분양가상한제를 연기해달라는 요청을 한 상태다. 동작구와 은평구, 강남구는 지난달 말과 이달 초 국토교통부에 “코로나19로 총회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으니 분양가 상한제 유예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공문을 접수했다.
국토부는 코로나19 추이와 단지별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이 지난해 12월 기점으로 이미 6개월로 주어진 상황에서 쉽게 연장을 결정할 수 없다”면서도 “코로나19 추세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