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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 이내주 부장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씨에게 이같이 실형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에 3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최씨는 지난 2013년 6월 서울의 한 모텔에서 사진 촬영을 하던 중 모델 A씨의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암묵적 동의 하에 이뤄진 신체접촉”…“동의가 아니라 위계 작용”
최씨는 줄곧 강제추행 혐의를 부인해왔다. 신체접촉이 있었던 건 사실이나, A씨와의 암묵적이고 묵시적인 동의 하에 이루어진 것이며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는 이유다.
하지만 재판부는 암묵적 동의가 아닌 ‘암묵적 위계’가 작용했다며 최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부장판사는 “판례와 법률에 따르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무형의 위협을 행사하면 강제추행으로 본다”고 밝혔다. 당시 유명한 사진작가였던 최씨와 모델 지망생이었던 A씨의 관계를 고려하면, 추행을 하는 데 있어 위계에 의한 압력이 작용했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이 부장판사는 “A씨가 향후 평판과 진로 때문에 거부 의사를 강하게 밝히지는 못했지만 ‘그만하라’고 말하는가 하면 밀쳐내는 등 거부의사를 밝혔다”며 해당 사건이 A씨의 의사에 반해서 이뤄진 강제추행이라고 설명했다.
◇추행 직후 ‘친근한 카톡’은 자백 받아내려던 것
또한 최씨는 범행 이후 ‘A씨와 계속 친근한 연락을 주고받았다’며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A씨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친근한 연락이 최씨의 자백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었다는 A씨 증언에 손을 들어줬다. 성범죄의 특성상 목격자나 물증이 없기에 당사자로부터 범행을 인정하게 만드려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본 것이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은 이유에 대해 A씨는 “최씨가 나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퍼트리면 추후 모델 활동을 할 때 걸림돌이 되거나 아예 발도 들이지 못할까봐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며 자백을 받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하다보면 범행을 인정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작가라는 위계 악용한 죄질 무거워
재판부는 징역 8월이 너무 무겁다는 최씨 측 항소를 기각했다. A씨의 고통에 비추어 무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유명 사진작가라는 지위를 악용한 최씨의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이 부장판사는 “최씨는 이름이 알려진 사진작가인데 반해 A씨는 20대 초반의 대학생이자 모델 지망생이었다”며 “추행 상황에 맞닥뜨릴 경우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범행에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해 사실을 다시금 진술하며 A씨가 겪은 정신적 고통이 크다고 봤다. 이 부장판사는 “A씨는 범행 직후 가까운 지인에게만 피해 사실을 말해오다 5년이 지난 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를 폭로했다”며 “A씨는 피해 사실을 여러번 진술하며 기억이 되살아나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언론 인터뷰 후 최씨로부터 전화와 문자를 계속해서 받으며 보복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며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이 무겁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