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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샷 선임연구원은 한국에 대해 미중 무역 갈등에 조금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수단으로 CPTPP 가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 모두 CPTPP에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이를 양국의 무역 분쟁에서 비롯될 수 있는 상대적 피해를 줄일 수단으로 활용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하면서 동력을 잃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지난 2018년 일본주도의 협상을 통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Progressive Trans Pacific Partnership·CPTPP)’으로 재탄생해 운영하고 있다. 샷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이미 CPTPP 회원국들 중 대부분의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상황이기 때문에 가입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과의 교역 관계가 가장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일관계에 매몰되기보다는 무역 혜택과 경제 성장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나무보다 숲을 봐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다자주의’ 회복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과의 무역 갈등과 정치적 대립이 이어지겠지만 방법은 ‘미국 우선주의’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글로벌 리더를 자처하는 과정에서 중국과의 교류와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당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통제와 내수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하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CPTPP에 가입하거나 FTA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미국 민주당이 반대했던 규정과 2016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도 반대한 조항을 삭제했다. 최근 발효된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도 CPTPP와 겹치는 조항을 채택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정권 초기에는 인권문제, 반민주주의적 관행에 대한 대(對)중국 경제적 제재 등의 현안을 보다 중요하게 다룬 뒤 준칙 개선을 통한 세계무역기구(WTO) 재가입, 다자주의복원, 기후변화 대응 등 각국의 공통분모를 중심으로 다자주의 회복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의 대중 정책에 있어서는 ‘경쟁’, ‘대결’과 더불어 ‘협력’하는 세 가지 요소가 적절히 융합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역 경쟁을 포함한 정치적 패권 다툼은 경쟁과 대결이 이어질 것이지만 현실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샷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양국이 상호간에 부과한 보복관세는 정치적으로 단기간에는 철폐가 어렵고, 미중 무역합의 1단계 또한 그 목표가 달성이 불가능할 정도로 비현실적인 수준”이라면서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기존의 1단계 합의이행을 고수하면서도 이전 정부에 비해 포용적이고 실용적으로 통상정책과 외교적 정책을 통합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통상질서의 패권을 위한 양국 간의 경쟁은 더욱 첨예화 될 전망이다. 대중 강경파인 블링컨 국무장관은 최근 양제츠 정치국원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신장과 티베트, 홍콩을 포함해 인권과 민주적 가치를 계속 지지할 것임을 강조하고 미얀마 군사 쿠데타를 비판하는 국제사회에 중국도 동참하라고 압박한바 있다.
다만 WTO 준칙 개선,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에 대한 글로벌 접근 권한, 디지털 무역 및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한 글로벌 무역 규칙의 재편에는 중국과의 협력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