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톈안먼 민주화 시위(톈안먼 사태) 기념일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 주변에는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톈안먼 광장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3번의 검문을 통과해야 했다.
남쪽 검문소 입구에는 10명 안팎의 관광객들이 줄 서 있었다. 공안(중국 경찰)은 관광객들의 신분증을 요구했고, 일부는 가방을 열어보라고도 했다. 추모나 테러 등이 의심되는 사람이 가장 큰 통제대상이겠지만 매년 이곳을 찾는 특파원들도 경계대상이기는 마찬가지다.
예상대로 1차 검문에서 막혔다. 이유를 묻자 한 공안은 유창한 영어로 “이유는 없다. 이곳엔 들어갈 수 없으니 첸먼(前門) 등 주변 관광지나 둘러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안된다. 1주일 후에 다시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광이 목적이라면 톈안먼 사태 기념일이 지난 후에 찾아오란 의미였다. 그들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보도될 지 모를 외부 이미지를 신경 쓰는 듯 최대한 말을 아꼈다.
광장을 돌아 톈안먼 쪽으로 향했다. 이곳은 좀 더 보안이 강화된 느낌이다. 2013년 10월 신장 위구르족 일가족이 차량 돌진 테러를 일으켜 중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그 장소다. 동료 특파원이 여권을 갖고 1차 검문을 통과했지만, 기자라는 사실을 확인 한 보안은 한국어를 하는 통역인을 불러 “사전 취재허가 없이 입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고궁(자금성) 입장이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는데다 평일 낮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톈안먼 광장에는 관광객이 드문드문 보였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톈안먼 사태를 떠올릴 수는 없었다.
|
홍콩에서 열리는 톈안먼 희생자 추도 행사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금지됐다. 홍콩 시민들은 톈안먼 사태 이듬해인 1990년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매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톈안먼 희생자 추도 행사를 열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집회가 허용되지 않았다. 홍콩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8명 이상 모임 금지 정책을 18일까지 연장했다. 마카오 정부도 지난 30년 동안 열었던 ‘톈안먼 사진전’을 올해 열지 않기로 했다.
|
중국 내 인권은 톈안먼 사태가 발발한 31년 전보다 오히려 악화했다는 홍콩 여론 조사결과도 나왔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이날 페이스북 계정에 “지구상의 다른 지역에서는 1분마다 60초가 흘러가지만 중국에서는 1년에 364일 밖에 없다. 하루가 잊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톈안먼 사태의 망각을 안타까워했다.
톈안먼 민주화 시위 31주년을 맞은 중국은 자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했고,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하고 있다. 현실화된다면 홍콩에서 자유를 외치던 100만 민주화 시위도 이렇게 잊혀지게 될 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