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위기, 중국엔 글로벌 영향력 확대 기회될수도"

방성훈 기자I 2024.02.05 16:49:02

미국, 중국에 홍해 등 중동 지역서 영향력 행사 촉구
후티 반군 거론하며 "국제사회서 강대국 책임 다해야"
유럽에 수출하는 中상품 60%가 수에즈 운하 통과
"美와 협력 中에도 나쁘지 않아…정치 이익 확보 시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중국에는 국제사회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이 중국에 ‘강대국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진=AFP)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는 4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언론을 인용해 중국 해군이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에 대비해 자국 화물선에 대한 호위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해군은 칭다오에 본사를 두고 싱가포르에 선사를 등록한 ‘시레전드’(海杰航運)의 화물선 5척에 대해 1월부터 보안 호위 조치를 제공하고 있다.

VOA는 “대부분의 선사가 아프리카로 우회하며 배송 비용과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난 반면, 시레전드는 여전히 홍해를 통한 화물 운송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여전히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몇 안되는 선사 중 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소식은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홍해에서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는 가운데, 아울러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외교부장 겸직)이 지난달 말 태국 방콕에서 회동한 직후에 전해져 더욱 주목된다. 당시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이 세계 무대에서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왕 위원에게 이란 등 중동 지역에서 중국의 광범위한 경제적 영향력을 언급하며 후티 반군의 공격이 국제 무역에 불안정한 영향을 초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중국에 협력을 요청한 것이다.

이란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은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나 중동 지역에서의 분쟁과 관련해선 공개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 중국은 중동 갈등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왕 위원이 설리번 보좌관과 만났을 때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예멘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공격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과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국 선박을 보호하는 동시에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서다. 아울러 중국에도 홍해 항로는 매우 중요하다. 중국 상무부는 2021년 컨테이너선 사고로 수에즈 운하 이용이 6일 동안 통제됐을 때 유럽에 대한 상품 수출의 60%가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더불어 중국이 중동 지역에 20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는 점, 중국이 소비하는 석유의 70% 이상이 중동에서 수입된다는 점은 중국 역시 속으로는 이스라엘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이외에도 중국은 예멘과 바브 알 만데브 해협을 끼고 마주한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두고 있다. 미국에 협조할 수 있는 환경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이 기지에 주둔하는 중국 해군은 2009년부터 아덴만의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자국 상선을 보호해 왔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그동안 수에즈에서의 위기와 관련해 방관하는 모습을 보여왔으나, (미국의 요구에 따라)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 한다”며 “중동의 위기가 중국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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