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한화(000880)-대우조선해양(042660) 기업결합 건 심사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시스템(272210) 등 한화그룹 5개사는 다음 달 중 2조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한화는 이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확보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의 새 이름으론 한화오션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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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하면 자산총액 기준 100조원 그룹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된다. 공정위가 최근 발표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에 따르면 한화는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에서 이번 인수 이후에도 7위를 유지하나 단순 계산으론 자산총액을 95조원대(한화 83조280억원+대우조선해양 12조3420억원)로 늘리면서 ‘빅7’ 구도를 확고히 하게 된다.
무엇보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지상에서부터 해양, 우주까지 이르는 방산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미국의 록히트마틴과 같은 세계적인 방산업체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앞서 한화는 지난해 한화디펜스에 이어 이달 초 한화방산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합병하면서 방산 부문 사업 통합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한 상태다.
한화는 현재 함정 전투체계·레이더·발전기 등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이번 인수로 구축함·잠수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한화는 이번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면 특수선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9 자주포 등 기존 무기·탄약 체계에 특수선 분야까지 아우르면서 ‘2030년 글로벌 10대 방산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또 액화천연가스(LNG)·수소·암모니아 등 한화의 에너지 분야 역량과 대우조선해양의 에너지 생산 설비·운송 기술 분야 역량이 더해지면서 친환경에너지 가치사슬을 새롭게 구축할 수도 있다. 한화는 기후 위기와 에너지 안보 이슈로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이 빨라지는 시점에 이를 토대로 ‘글로벌 그린에너지 메이저’ 위치를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마지막 인수작업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김 부회장 중심의 승계 구도는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현재 핵심 그룹사인 ㈜한화·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략부문장·대표이사 등을 겸임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그룹의 체질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 방산 부문 사업 구조 개편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을 직접 진두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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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수는 대우조선해양으로서도 지난 2001년 워크아웃 이후 22년 만에 경영정상화의 닻을 올리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우조선해양의 최근 2년간 적자 규모는 3조4000억원에 달하고 부채비율은 1600%에 이른다. 올해 1분기에도 대형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계획 대비 대규모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2020년 4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적자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의 조기 경영정상화는 물론 지속 가능한 해양 에너지 생태계를 개척하는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단순한 이익 창출을 넘어 일자리 창출, K-방산 수출 확대 등 국가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조선업의 장기간 업황 부진으로 침체한 거제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발전에도 큰 활력을 불어넣을 방침이다.
조선업계에선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기반이 탄탄해지면서 저가 수주에 따른 출혈경쟁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 관리 체제에서 저가 수주로 무리하게 성과를 올리며 조선업계 출혈경쟁을 일으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내 대형 조선 3사 중 대우조선해양만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이유도 과거 저가 수주한 선박 물량이 남아 있어서다.
아울러 한화는 공정위가 제시한 함정 부품 일부에 대한 가격·정보 차별 금지 등이 포함된 시정조치 내용을 준수한다는 방침이다. 한화 관계자는 “경영정상화 골든 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는 사업보국 차원에서 국가 기간산업 재건과 K-방산의 글로벌 공략을 위해 경영실적 리스크와 당국의 시정조치를 감수하면서까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