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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업무개시명령 '누가봐도 위법' 아니라면 집행정지 어려워"

성주원 기자I 2022.11.30 16:57:29

매우 심각한 위기 초래 등 국가가 입증해야
명백한 위법 없는 한 행정부 판단 존중할 듯
"정책판단에 법원이 적극 개입하는 건 부적절"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정부의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 발동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화물연대가 업무개시명령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업무개시명령과 관련해 명백한 위법사항이나 재량일탈이 없는 한 행정부의 판단을 사법부가 존중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화물연대 집단운송 거부에 대해 정부가 시멘트를 옮기는 레미콘 운송 차량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에 대해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지난 29일 서울 시내의 레미콘 공장에 차량들이 멈추어 서 있다. 사진= 방인권 기자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지도부 전원이 삭발하는 등 투쟁의지를 다진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저지하기 위해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동시에 처분 취소를 구하는 본안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14조를 근거로 하는 업무개시명령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하는 행정처분으로, 이에 대한 법적 다툼은 행정법원에서 이뤄진다.

본안소송 절차는 아무리 서둘러도 6개월 이상 걸리는 만큼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결정되는 집행정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집행정지 역시 통상적으로 결정까지 3~4주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당장 산업계에 미칠 파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법원이 이번 사안의 중요도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경우 집행정지 여부 결정을 긴급하게 내릴 가능성도 있다.

쟁점은 업무개시명령 요건이 충족됐는지, 행정부 재량을 벗어나지는 않았는지 등이다. 업무개시명령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해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줘서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국토부 장관이 명할 수 있다.

판사 출신인 윤정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화물연대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거부했는지, 그로 인해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며 “여기에 한가지 덧붙이면 업무개시명령으로 인한 사익 침해와 공익 사이의 비교형량 또한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
업무개시명령이 정당하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은 국가에 있다. 특히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는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가 법원에 어떤 자료를 제출할 지가 관건이다. 또한 ‘매우 심각한 위기 초래’라는 표현 자체가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의미여서 법원의 해석도 중요하다는 것이 법조계 반응이다. 행정부의 정책적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이 있다는 것도 고려돼야 할 부분이다.

판사 출신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는 “누가 봐도 국가가 특별한 이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을 결정한 것으로 인정되거나 위법했다든가 아니면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명백해 보인다거나 하는 상황이라면 법원이 집행정지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모호한 상황에서 옳다 그르다 판단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법원이 국가의 정책적 판단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 또한 사법의 정치화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앞서 지난 24일부터 총파업을 시작해 30일로 이레째를 맞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번 파업 영향으로 유류제품 수송이 지연돼 품절된 주유소가 이날 21개소로 집계됐다.

정부는 전날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심의·의결한 뒤 시멘트 운송업체를 상대로 즉각 현장조사를 벌여 화물차 기사 300여명에 대한 명령서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교통부는 운송업체 현장조사를 통해 명령서 전달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화물연대 측은 국토부가 우편 등의 직접 방식이 아닌 문자를 통해 송달한 사례가 확인된다며 “문자를 통한 송달은 본인의 사전 동의가 전제돼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29일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제2터미널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에서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삭발한 뒤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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