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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경로의 재개는 이달 말 이뤄졌다.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지난 27일부터 동서 송유관을 통해 얀부항으로 보낸 원유를 선박에 싣기 시작했다. 송유관을 통한 원유 수송은 최대 용량의 절반가량까지 회복된 상태다. 동부 유전지대와 홍해 연안 얀부항을 잇는 이 송유관은 길이 1200km로, 하루 최대 700만배럴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이 가운데 약 200만배럴은 국내 정유시설용으로 쓰이고 나머지가 수출에 배정된다.
송유관이 멈춘 것은 이달 10일이다. 이라크에서 발사된 드론의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됐고, 이후 얀부항 선적도 사실상 끊겼다. 송유관 자체의 피해는 크지 않았으나 펌프장 설비 손상이 컸으며, 아람코는 임시 우회 설비를 설치하면서 영구 복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공격 직전 이 송유관으로 흐르던 원유는 하루 약 400만배럴로,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4%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얀부 수출 중단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아시아보다 유럽 고객들이었다.
송유관이 멈춘 기간 사우디는 동쪽 항구로 눈을 돌렸다. 선박 식별 장치를 끈 채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간 뒤 상대적으로 안전한 해역에서 다른 선박으로 원유를 옮겨 싣는 방식이다. 환적 장소로는 오만 소하르항 앞바다가 쓰였다. 그 결과 라스타누라항의 원유 선적량은 9월 초 하루 150만배럴에서 최근 650만배럴까지 급증했다. 사우디는 이 경로를 통해 10~11월 인도분으로 약 1억배럴의 원유를 아시아 구매자들에게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우회 수출에 힘입어 사우디의 전체 수출량은 오히려 늘었다. 9월 원유 수출량은 하루 600만배럴로 이란전쟁이 시작된 약 7개월 전 이후 가장 많았고, 지난해 월평균 수준을 회복했다. 8월 하루 340만배럴과 비교하면 80%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전쟁 이전 사우디는 하루 700만~800만배럴을 수출했으며, 대부분을 라스타누라와 라스알주아이마 터미널에서 선적했다.
시장은 두 경로가 동시에 유지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페르시아만 수출이 지금 수준을 유지한 채 얀부 수출까지 회복되면 사우디의 전체 수출량이 송유관 피격 이전을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공급 불안으로 오른 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유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28일 국제유가는 장중 급등했다가 상승폭 대부분을 반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조건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제안을 거부하면서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08달러를 넘어섰다. 이란은 미국의 해상 봉쇄 종료, 원유 제재 해제, 해외 동결 자산 해제 등을 조건으로 7일 안에 해협을 다시 열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후 협상 재개 가능성과 사우디 송유관 수출 재개 소식이 겹치면서 11월물 브렌트유는 0.9% 오른 배럴당 105.28달러,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2% 오른 92.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유 현물은 전 거래일보다 3.79달러 내린 배럴당 109.50달러를 기록했다.
홍해 경로의 안정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지난 24일 사우디는 예멘 후티 반군이 타이프와 얀부 지역을 겨냥해 발사한 탄도미사일 6발을 요격했다. 얀부항에서 선적하는 유조선의 보험료도 최근 몇 주 사이 세 배로 뛴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후티의 공격이 거세진 7월부터 얀부에서 남쪽 바브알만데브 해협 대신 홍해 북쪽으로 올라가 수에즈운하와 수메드 송유관을 이용하는 경로도 활용해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후티의 에너지 시설 공격 위험을 고려하면 얀부 수출이 전쟁 초기보다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켓잉크 장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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