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제 위기 국면에서 ‘공동부유’(共同富裕) 의지를 또 강조했다. 서방 자본주의와 구별한 ‘다 함께 잘 살자’는 공동부유를 다시 꺼낸 것이다. 시 주석이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도미노 채무불이행(디폴트) 공포가 커지는 와중에 인내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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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는 지난 15일자를 통해 시 주석이 올해 2월 7일 신임 당 중앙위원과 후보위원, 성 당서기·성장, 중앙부처 장관급 이상을 대상으로 한 이같은 연설을 공개했다. 연설 6개월여가 지난 이후인 현재 이를 갑자기 내보인 것이다.
시 주석은 당시 만민 공동부유의 현대화를 강조하면서 “서구는 절대다수 민중의 이익에 봉사하는 대신 자본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해 빈부격차와 양극화를 초래했다”며 “중국은 그런 길을 가지 않겠다”고 역설했다. 그는 “중국은 인민이 발전의 성과를 공유하면서 공동부유를 촉진하는데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며 “공동부유는 장기적인 과업”이라고 했다.
공동부유는 시 주석이 2021년 8월 17일 당 중앙재정위원회 제10차 회의 때 “전체 인민의 정신과 물질 생활이 모두 부유한 것”이라고 한 개념이다. 분배에 방점을 둔 ‘좌클릭’ 정책이다. 중국 당국이 부(富)의 독점을 문제 삼아 빅테크를 수년간 강력 제재해 왔던 게 대표적이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중국의 사정을 볼 때) 단순히 다져진 길만 따라갈 수는 없다”며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시 주석의 연설을 6개월이 지난 지금 왜 다시 공개했는 지다. 중국의 각종 경제 지표들이 부진하면서 디플레이션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는 데다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들을 중심으로 도미노 디폴트 충격파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주문을 중국 국민들에게 직접 전달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서방을 중심으로 나오는 중국 위기론에 흔들리지 말고 당국을 믿어 달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특히 공동부유와 인내를 강조한 만큼 당국이 대규모 경기 부양책까지 꺼내 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위기에 빠진 부동산 개발업체들을 중심으로 선별 지원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의미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역시 전날 국무회의를 통해 “내수 확대에 주력하고 소비 확대와 투자 촉진 정책을 확장하고 대량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까지는 내놓지 않았다. 시 주석의 공동부유 언급이 사회주의 색채가 짙어 서방의 우려를 살 수 있는 만큼 리 총리가 나서 이를 불식시키는 역할은 했으나, 큰 틀의 정책 방향은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리 총리는 “경제가 도전에 직면했다”며 “정부는 경제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위험을 해소하고 새로운 장점을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 부서는 업무 조율을 강화하고 공동 노력을 통해 기업에 대한 추가 지원을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중국은 소비 지출 둔화, 투자 감소, 실업률 상승.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금융 부문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며 “(이번 발표를 통해) 구체적인 새로운 경기 부양책은 발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가 선언적인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