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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3곳 중 2곳,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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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주 기자I 2025.11.12 12:00:00

대한상의 조사, 기업 62.5% '반대'
의무화땐 오히려 기업들 "취득 축소"
"'처분 공정화' 같은 차선책 필요"

[이데일리 박원주 기자] 최근 국회가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자사주를 보유한 상장사 3곳 중 2곳은 이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다양한 기업 경영 전략을 활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처분 공정화’ 같은 차선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12일 대한상공회의소 자사주를 10% 이상 보유한 104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62.5%는 소각 의무화에 반대했다. 중립적 입장은 22.8%였고,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14.7%였다.

소각 의무화에 반대하는 이유는 사업재편 등 다양한 경영 전략에 따른 자사주 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또 △경영권 방어 약화 △자사주 취득 요인 감소로 주가 부양 악영향 △외국 입법례에 비해 경영 환경 불리 등을 제시했다.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한다면 기업의 자사주 취득 유인은 축소될 것으로 봤다.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취득 계획이 없다’는 기업이 60.6%에 달했다. 취득 계획이 있다(14.4%)거나 취득을 검토 중(25%)이라는 응답보다 많았다. 계획이 있거나 검토 중인 39.4%의 기업 중에서도 향후 취득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기업이 절반을 넘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입법화되면 사실상 응답 기업의 80% 이상이 자사주 취득을 하지 않거나 축소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자본시장 활성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대한상의의 분석이다.

다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사주 취득 후 1~5일간 단기 주가수익률은 시장 대비 1~3.8%포인트 높다. 자사주 취득 공시 이후 6개월, 1년의 장기수익률도 시장 대비 각각 11.2~19.66%포인트, 16.4~47.91%포인트 높아 주가 부양 효과가 확인됐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소각에 의한 단발적 주가 상승 기대에 매몰될 경우 오히려 장기적으로 기업의 반복적인 자사주 취득을 통한 주가부양 효과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재 발의된 개정안들은 추후 취득할 자사주뿐 아니라 이미 보유 중인 자사주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내 소각 의무를 부과하는 만큼, 기업 입장에선 경영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존 보유 자사주 소각에도 기업들은 반대 입장이다. 미국, 영국 등은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자사주를 제외하면 방어 수단이 사실상 없다.

응답 기업 다수(79.8%)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대신 ‘신규 취득 자사주에 대한 처분 공정화’에 동의했다. 현재 신주 발행 시 신기술 도입과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제3자 배정을 허용하는데, 자사주 처분도 이에 준해 제3자에 대한 처분을 인정하자는 취지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기업의 자의적인 제3자에 대한 자기주식 처분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소각 의무화보다는 처분 공정화에 방점을 두면서 사업재편과 구조조정 등을 위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해외 주요국 가운데 자사주 보유에 규제를 두는 나라가 많지 않은 만큼 글로벌 스탠더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일본 시가총액 상위 30위 기업 중 58개사(64.4%)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평균적으로 비교해도 미국(24.54%), 일본(5.43%), 영국(4.93%)에 비해 우리나라의 보유 비중(2.95%)이 적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당초 제도 개선의 취지를 생각하면 소각이 아니라 처분 공정화만으로 입법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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