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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제2의 티메프를 막기 위한 조치는 엉뚱하게 ‘온라인 플랫폼’ 규제 강화로 가고 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22대 국회에서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8개나 제출됐다. 어쩌면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티메프 사태 이전에도 정치권에선 네이버, 카카오 등을 ‘구글’ 정도의 수준으로 생각하고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잊을만 하면 제기돼왔다. 이러던 중에 티메프 사태가 터졌으니 ‘옳다구나’ 싶었을 게다.
티메프가 소비자한테 판매대금을 받아 이를 유용하지 않고 판매대금을 별도로 관리했더라면, 판매대금을 판매자한테 빠르게 정산해주도록 하는 규제가 있었더라면 티메프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정치권의 주장도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단지 ‘규제’가 없어서 티메프 사태가 터진 것일까. 규제가 없었음에도 네이버페이는 배송 시작 다음 날 판매대금을 정산해주는 ‘빠른 정산’을 2020년부터 실시해 티메프 사태 속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이런데도 티메프 사태 재발을 막는답시고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면 어떻게 될까. 국내 플랫폼 업계가 역차별을 받게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들린다. 저가 공세로 알리·테무 등 중국 플랫폼 업체가 밀고 들어오는 상황인데 중국 플랫폼 업체에는 어떠한 규제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업체들을 등지고 해외 업체들에게는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다.
판매대금을 별도로 관리하고 빠르게 정산하자는 게 왜 나쁘냐고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티메프 사태를 기점으로 온라인 플랫폼, 일명 ‘온플법’을 법제화해 온라인 플랫폼 전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혀 다른 사안으로 자영업자들은 배달의민족, 쿠팡 등 배달플랫폼 업체들이 수수료를 담합하고 있다며 온플법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배달, 쇼핑, 전문가 중개 등 온라인 플랫폼의 성격이나 사업체 규모가 제각각인데도 전혀 다른 사안들이 ‘온플법’ 하나로 통칭되면서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온라인 플랫폼 업체 전반에 ‘프레임 씌우기’로 전락할 수 있다.
1990년대 혹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 아이가 잘못을 하면 교실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단체로 벌을 받는 형태의 체벌이 있었다. 이런 식의 체벌을 2024년에 한다고 하면 학생, 학부모뿐 아니라 학교 내에서도 이해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체벌은 잘못을 저지른 학생이 반성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는커녕 아무런 잘못이 없는 학생들에게 반발심만 일으키기 때문이다.
더 큰 폐해는 문제의 본질이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쏟기보다 ‘반 전체를 위해 누가 희생할 것인가’라는 전혀 다른 프레임으로 문제를 전환한다는 데 있다. 티메프 사태 이후 대두되고 있는 온플법 강화도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새로운 프레임 씌우기로 논의가 진행될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