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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리세이드는 좋은 디자인일까..'6가지 확장의 모티브' 성공작

오토인 기자I 2019.04.22 16:02:14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이준호 기자= 요즘 현대자동차는 한층 고무돼 있다. 내수 시장에서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예상을 넘어선 초대박을 치면서다,

팰리세이드는 경쟁차를 뛰어넘는 상품성과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팰리세이드 디자인을 한 단어로 함축하자면 '확장'이라는 단어가 떠 오른다. 확장은 “범위, 규모, 세력 따위를 늘려서 넓힘”이란 뜻이다. 팰리세이드는 확장이란 화두를 가지고 상품기획, 연구개발, 마케팅, 디자인이 한목소리를 낸 결과물이다. 팰리세이드는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확장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라이프스타일 영역의 확장

팰리세이드 광고 카피는 두 가지다. 첫째는 '당신만의 영역을 찾아서'이다. 광고는 어릴 적 호기심 가득했던 시절의 회상으로 시작한다. 그 때의 호기심은 우주, 공룡 등과 같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것이다. 물론 다 큰 중년의 남성에게 유년의 호기심은 사라진지 오래다. 이 때 등장하는 '당신만의 영역을 찾아서'란 카피는 사라진 호기심을 당신만의 영역으로 치환한다. 호기심은 사라졌지만, 나만의 영역을 찾는데 그 호기심을 부활시키란 의미다.

두 번째 카피도 이런 테마로 이어진다. '소중한 가족과의 시간을 충분히 채웠다면, 이제 당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폭넓게 펼칠 시간'이다. 가족과 시간을 함께하는 건 가장의 보편적인 삶이자 기본적인 역할이다. 워라벨(Work-Life Balance :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지금, 가장으로써 기본적인 역할을 마쳤다면 “개인적인 여가를 즐기라”고 종용하는 카피다. SUV에 걸맞는 라이프스타일 영역의 확장을 바라는 셈이자, 구매 동기의 부여다.

2. 세그먼트의 확장

현대차의 기함급 SUV는 베라크루즈였다. 전장 4.8m,전폭 1.9m에 7인승이었다. 8년간 생산되고 2015년 단종됐다. 남은 모델은 4.9m급 맥스크루즈이지만, 싼타페 베이스라서 전폭이 1.8m로 좁다. 준대형 SUV는 계열사 기아차 모하비가 유일했다. 몇 년 전부터 포드의 대형 SUV 익스플로러가 수입차 판매 상위권에 랭크됐다. 미국에선 미드사이즈 SUV이지만 5m가 넘는다. 캠핑과 같은 아웃도어 여가 붐의 편승에 인기몰이 중이다. 여기에 독일 3사 대비 가성비가 좋다는 소문도 맞아 떨어졌다. 돈 냄새나는데 딴청 부리는 자 없다.

현대차는 역대급 사이즈를 들고 나왔다. 전장 4,980mm, 전폭 1,975mm 8인승짜리다. 팰리세이드는 현대차 SUV 세그먼트의 확장이다.

3. 스타일의 확장

팰리세이드는 SUV 스타일이지만, SUV 답지 않는 스타일의 확장이 눈에 띈다. 먼저 깃발 타입의 사이드 미러다. 사각지대를 없애는 실용성 때문이라는 말도 있지만, A 필러 쿼터 글라스도 없는 디자인에선 큰 의미 없다. 전적으로 스타일을 우선한 디자인이다. 반면 동일 스타일인 싼타페는 A 필러 쿼터 글라스가 있어 좀 더 실용적이다. 깃발 타입의 사이드 미러는 스포츠카 브랜드에서 붙박이로 쓰는 스타일이다. 포르쉐 카이엔이 대표적이다. 그 외엔 최근 등장한 링컨 에비에이터와 렉서스 RX정도다. 중소형급으로 내려가면 많은 모델들이 있다. 미니 컨트리맨, 르노삼성 QM3, 아우디 Q3, 렉서스 UX 등이다. 특히 렉서스 SUV들은 A 필러 쿼터 글라스가 모두 존재한다. 사각지대를 줄이고 스포티한 느낌을 위한 선택이다.

인테리어는 더욱 대담하다. 기어 노브를 없앴다. 감히 포르쉐도 시도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전자 버튼식 기어 노브(Shift by wire type)는 전통적인 슈퍼카 브랜드가 주로 쓴다. 혹은 전기, 수소차와 같은 독특함을 무기로 삼는 경우다. 마지막으론 링컨이나 재규어처럼 어떻게든 스타일로 주목을 끌어 보고자 하는 비주류 브랜드들이 주로 쓴다.

팰리세이드는 SUV 답지 않은 수평의 레이아웃을 강조한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여기에 전자 버튼식 기어노브는 스타일 확장으로써 핵심적 역할을 한다.

4. 실용성의 확장

팰리세이드의 전자 버튼식 기어 노브의 또 다른 역할은 센터패시아와 센터터널 사이의 공간을 더 넓게 쓰기 위한 실용성의 확장이다. 이를 브리지 타입 하이 콘솔이라 칭한다.

이 외에도 2열 도어 손잡이에 사이즈가 다른 2개의 컵홀더를 배치하는 과감한 실용성이 돋보인다. 2열 스마트 원터치 위크 인과 3열 파워 폴딩 시트는 그 어떤 것보다 실용적이다. 자주 사용치 않는 틸트 앤 텔레스코픽스티어링 기능은 수동으로 하되 전동식이 아니면 불편한 것들은 전동식으로 적용하는 선택과 집중이 돋보인다.

파워 트레인에서도 실용성이 존재한다. 멀티 터레인 컨트롤이다. 크게 Drive와 Terrain 두 부분으로 나뉜다. Drive에는 eco, sport, comport, smart가 Terrain에는 snow, mud, sand가 있다. 이 세상 모든 차의 기능을 확장한 듯하다. 랜드로버의 절반 밖에 안되는 금액으로 엇비슷한 기능을 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정통 SUV와 도심형 SUV 모두를 넘나드는 확장성이다.

5. 디자인 랭귀지로서의 확장

익스테리어 디자인 역시 확장의 연속이다. 확장된 이미지를 주는 디테일들이 곳곳에 있다. 캐스케이딩이란 이름이 붙었던 라디에이터 그릴은 하부로 갈수록 테두리가 확장됐다. 타 라인업에선 유동적인 유연성을 강조했다면, 팰리세이드의 확장된 그릴은 강직한 구조미를 강조했다. 또한 팰리세이드(Palisade)의 사전적 의미인 말뚝 울타리, 깍아지른 절벽과도 잘 맞는다.

윈도우 크롬 가니쉬(garnish)도 마찬가지다, 측면 윈도우를 둘러싼 크롬 도금된 장식용 몰딩은 독특한 형상이다. A 필러에서 시작된 라인은 C나 D 필러 전체를 감싸며 끝나는 게 보편적이다. 반면 팰리세이드의 경우 윗변과 아랫변의 선이 끊어져 있다. 윗변이 C 필러를 넘어 확장됐다. 확장의 독특한 표현이다.

전체 디자인에서 중추적 이미지를 담당하는 헤드램프와 리어램프에도 확장의 요소가 등장한다. DRL은 마치 헤드 램프가 확장된 것처럼 보인다. 리어램프도 안쪽으로 확장된 듯한 디테일이 존재한다. 빛의 캐릭터이자 입체적 조형 예술이다. 확장의 멋스러운 표현이다.

6. 가성비의 확장

최근 현대차는 DRL과 같은 라이트 아키텍처에 심혈을 기울인다. 팰리세이드가 그 시작이다. 이상엽 현대차 총괄 디자이너는 “콘셉트카에서나 원-오프(one-off : 1회성)로 구현하던 방식”이라고 언급했다. 그 말은 곧 양산되기엔 비싸단 의미다. 최근 등장한 쏘나타는 더 나아가 DRL에 빛과 크롬의 양면성을 살리기 위해 레이저 에칭(세밀한 구멍을 뚫는) 과정을 거쳤다.

팰리세이드는 풀옵션 가격이 가솔린 4698만 원. 디젤 4845만 원이다. 최첨단 안전사양과 편의 사양에 더해 퀼팅 시트라든지, 우드 조합이 가능한 패널, 다이아몬드 패턴 다이얼 등은 가격에 비해 충분히 고급스럽다.

이젠 현대차는 가격 대비 풍부한 옵션이 좋은 브랜드를 넘어서, 가격 대비 비싼 디자인으로 이미지 변화를 꽤 하는 중이다. 아울러 벨로스터 N을 통해 가격 대비 훌륭한 성능도 보여줬다. 다방면에서 가성비의 확장을 보여준다.

이상으로 '확장'을 모티브로 탄생한 팰리세이드에 대해 분석해봤다. 모티브가 있고 없고에 따라, 좋고 나쁜 디자인이 될 수 있다. 팰리세이드가 현대차에서 제일 큰 SUV인만큼 크고, 넓고, 강인하게 디자인됐다고 결론을 낼 수 있다. 그래서 좋은 디자인이라기엔 좀 허전하지 않는가? 왜 SUV는 꼭 크고, 넓고, 강인하게 디자인돼야 하는가라며, 진부하다고 반문할 수도 있다. 여기에 대한 대답으로 팰리세이드는 6가지의 확실한 모티브를 제공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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