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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방송에 따르면 표결을 하루 앞둔 10일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메이 총리는 예정대로 투표가 진행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이날 오후 하원에 출석해 “예정대로 투표를 한다면 큰 차이로 부결될 수 있기 때문에 비준 투표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합의안이 옳다는 데 의심의 여지는 없다”면서도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에서의 백스톱(backstop·안전장치)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공화국과 영국령인 북아일랜드간 국경지역을 열어놓는 백스톱을 놓고 브렉시트 강경파 의원들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이 EU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는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투표에서 합의안이 통과하려면 639명 중 과반인 최소 320명의 찬성표를 얻어야 하지만 노동당과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자유민주당, 민주연합당(DUP) 등 야당이 일제히 반대 의사를 밝힌 데다가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 의원 역시 부결을 준비 중이다. 영국 언론들은 메이 총리의 합의안이 100표 이상의 큰 격차로 부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이 총리는 내년 1월 21일을 데드라인이라고 하면서 명확한 투표 일정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내각 관계자는 “어떤 계획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투표가 언제 재개될 지도 모르는 채, 협상은 말 그대로 시계 제로 상태에 돌입했다.
메이 총리는 일단 EU 지도자를 만나 영국 내 여론을 뒤집을 만한 수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부심하는 모양새다. 메이 총리는 12일 하루만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 브뤼셀 등으로 이동하며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도널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만난다. 또 오는 13~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도 참석, 각 국 정상들과 만남을 갖는다. 이를 통해 메이 총리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국경에서의 ‘안전장치’(backstop)에 대한 수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EU 측이 재협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못 박은 상황에서 이같은 노력이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투스크 의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영국 비준을 용이하게 할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할 생각이 있다”면서도 “재협상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따라 ‘노딜 브렉시트’에 대해서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향후 전개될 수 있는 여섯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메이 총리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하는 경우 △EU로 돌아가 다시 재협상에 나서는 경우 △‘노르웨이형’ 합의안을 대안으로 채택하는 경우 △제2국민투표를 진행하는 경우 △노딜 브렉시트를 인정하는 경우 △제2국민투표 없이 브렉시트를 포기하는 경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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