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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신상건 기자] “수사가 시작된지도 벌써 6개월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수사가 언제 마무리될 지 몰라 (사업하는 입장에서)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느낌입니다.”
지난 13일 전북지방경찰청 민원실에 전북지방경찰청장에게 보내는 탄원서가 접수됐다. 증권방송에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유료결제를 유도했다는 혐의(사기)로 수사 받고 있는 유사투자자문업체 Y사 임직원 53명(대표이사 포함)이 제출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 7일에 이어 두 번째 탄원서를 접수했다.
◇“前직원 몰래 압수수색 참여, 채팅방에 압수수색 중계”
이들은 수사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경찰 측의 부적절한 행위나 절차를 무시한 관행 등을 문제삼고 있다.
실제 압수수색 과정에서 고지 없이 민간인이 참여하는 등 경찰이 통상적인 절차를 어겼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폐쇄회로(CC)TV 확인을 통해 퇴사한 전 직원이 압수수색에 참여한 사실을 알았다”며 “제보자나 민간인이 압수수색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영장에 이를 기록하고 이 사실을 피의자들에게 고지해야 하는데 당시 CCTV 영상을 보면 전 직원은 통보없이 마스크를 쓰고 본인의 존재를 숨긴 채 압수수색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압수수색 당시 해당 유사투자자문업체에 불만을 품은 회원만을 모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압수수색 진행 과정 등이 공유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압수수색에서 어떤 자료들이 압수됐는지와 휴대전화가 몇 대 압수됐는지 등 경찰의 압수수색 내용이 채팅방에 유출됐다”며 “수사내용이 공유되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경찰이 수사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기간의 자료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찰이 법인별 입사자와 퇴사자의 이름, 전화번호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있는 자료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며 “이 사건 수사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기간인 지난 2014년 1월 이후의 모든 자료를 요구하고 있는 점에서 변호인에게 완곡하게 자료 제출에 응할 수 없다는 의사를 표현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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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다면 처벌받겠지만…신속·공정한 수사 요청”
특히 이들은 현재 피의자가 53명에 이르는 등 증권방송을 진행한 증권사업부와 관련이 없는 회사 임직원까지 경찰이 입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50명이 넘는 피의자가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 그럼에도 상당한 숫자의 추가 입건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수사팀을 통해 전달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퇴사자에 군 입대자까지 입건된 상황에서 임직원들을 추가 입건하겠다는 것은 Y사 전 직원을 입건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플리바게닝(피고가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증언을 하는 대가로 형을 낮추기로 거래하는 것) 시도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왜 회사가 다 시킨 것인데 그렇다고 말하지 못하느냐’·‘모든 것을 진술하지 않을 경우 실형을 살게 할 수도 있고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솔직하게 모든 것을 다 진술해줘야 피의자가 기소유예 처분이라도 받을 수 있다’·‘이 사실을 회사에 알려도 좋지만 나는 피의자 본인을 위해서 하는 말이다’ 등 사실 그대로 진술하지 않거나 범죄자 취급을 하는 등 모욕감을 느꼈다는 직원들의 사실확인서도 탄원서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잘못을 했다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겠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수사가 길어지면서 피의자뿐 아니라 피의자 가족들까지 가정과 생존권이 심각하게 침해받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기업 수사는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경찰 내부 방침으로 알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수사팀을 교체해서라도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부터 수사…Y사 사무실 등 압수수색 실시
이에 대해 경찰은 정당한 수사 절차를 밟고 있다는 입장이다. 먼저 이들이 피의자를 과도하게 입건했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피의자별로 구체적인 가담행위가 있어서 수사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또 민간인이 압수수색에 참여한 부분은 피의자들과 대화를 하지 않는 등 경찰에 조력하는 정도로 참여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단체 채팅방에 실시간으로 공유한 부분은 논란의 소지는 있을 수 있지만 기밀 누설로는 보기 어렵다”며 “플리바게닝도 사실대로 얘기하면 선처를 받을 수 있다는 안내 차원의 원칙적인 얘기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피의자 46명을 입건한 뒤 추가로 7명을 입건했다. 지난달 말 51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피의자 2명에 대한 조사를 앞두고 있다. 경찰은 임직원 30여 명을 추가 피의자로 입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경찰은 1차 조사를 마친 피의자들의 2차 조사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거의 전 직원들이 입건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수사는 지난해 10월 경찰의 인지수사를 통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사투자자문업체가 댓글부대원을 고용하고 이들이 증권방송 채팅방에서 이뤄지는 채팅부터 감사 후기까지 조작한다는 내용의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전문가들로 불리는 이들은 관련 자격증이 대부분 없는데다 이들 제공하는 정보도 신뢰할 수 없는데도 유료서비스 결제를 유도했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내용의 피해자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지난해 12월 말 전북 전주시의 한 유사투자자문업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사건 피해 추정금액은 약 2억3000만원(유료서비스 결제금액 등)으로 피해자는 3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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