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국민연금은 건설주, 증권주 등의 금리 인하 수혜주의 보유 비중을 낮췄는데, 이 역시 미국의 관세 부과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금리 인하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주가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행보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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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내수주 위주로 보유 지분을 늘렸다. 현대백화점(069960)의 보유 지분을 기존 9.93%에서 10.03%로 0.1%포인트 확대했다. CJ대한통운(000120)의 보유 지분은 10.94%에서 11.02%로, 호텔신라(008770) 보유 비중은 4.99%에서 5.01%로 상향 조정했다.
국민연금이 내수주의 지분을 확대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영향이 적은 내수주가 증시에서 부각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강도 높은 관세 부과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달 초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최근에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오는 11일(현지시간) 상호관세 부과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한국 수출업체가 직접적인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상호관세는 상대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한국은 대미(對美) 무역 흑자 상위 국가인 만큼 주요 수출 품목에 상호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미국의 10대 무역 적자국 중 8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무역 적자 규모는 트럼프 집권 1기 당시보다 2배 이상 커진 상황”이라며 “한국도 무역분쟁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이 금리 인하 수혜주로 분류되는 종목의 보유 비중을 축소하는 전략을 보인 점도 눈에 띈다. 건설주가 대표적이다. GS건설(006360)의 보유 비중을 9.51%에서 8.47%로 1.08%포인트 낮췄다.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의 보유 지분도 12.31%에서 11.82%로 0.49% 하향 조정했다.
이밖에 금리 인하가 호재로 인식되는 증권주(삼성증권(016360) 13.45→13.08%)와 바이오주(한미약품(128940) 10.57→10.08%)의 보유 비중도 줄였다.
국민연금이 금리 인하 수혜주의 보유 비중을 낮춘 것도 미국의 관세 부과를 고려한 대응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물가가 상승할 경우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금리 인하가 지연돼 성장주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미시간대가 실시한 2월 소비자심리설문조사에 따르면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3%를 기록해 전월 대비 1%포인트 급등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물가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및 이민자 정책이 강화할 경우 미국 내 물가 압력 재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