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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금리 인상기가 도래한 상황에서 높은 부채비율이 이자 부담 급증이라는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 역시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명목GDP보다 가계부채가 많은 나라, 韓·레바논 둘 뿐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 9월 말 전 세계 부채 규모(민간과 정부 합계)는 296조달러로 6월 말 사상 최대에서 소폭 감소했다. 작년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로 전 세계 부채가 32조달러 급증했으나 올해는 부채 증가 규모가 4조달러 아래일 것으로 예측됐다. 경제가 회복되면서 빚을 내 경기를 억지로 부양시킬 유인이 줄어든 영향이다.
그러나 부채 감소에서 신흥국은 예외다. 올 들어 3분기까지 5조7000억달러 빚이 늘어나 9월 말 92조5000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신흥국 빚 증가에 우리나라의 역할이 컸다.
IIF가 분석한 37개국 중 올해 들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상승한 나라는 13개국인데 이 중 우리나라는 태국 다음으로 부채비율이 가장 크게 증가했다. 대략 7~8%포인트 가량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가계부채 비율은 5%포인트 가량 상승, 스위스 다음으로 가장 많이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은 9월말 104.9%로 레바논(120.9%) 다음으로 높다. 전 세계가 65.0%, 신흥국이 46.1%라는 점을 고려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레바논과 우리나라만 가계부채 규모가 명목 GDP를 넘어선다. IIF가 추정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은 2016년 말까지만 해도 87.3%였으나 약 5년만에 20% 가량(17.6%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가계신용(신용카드 판매신용액 합계)은 6월 말 1805조9000억원에 달하는 데 3분기(7~9월) 동안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이 31조6000억원 증가하고 최근 3개년 3분기 판매신용액이 전분기보다 평균 3조6000억원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9월말 가계신용 규모는 1840조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송의영 한국국제경제학회장 겸 서강대 교수는 지난달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팬데믹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젊은층이나 취약계층에서의 부채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이 추세대로 라면 가계부채 부실로 인해 과거 카드대란과 같은 수준의 위기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고 경고했다.
가계부채에서 2000년대 초반 신용카드 부도 사태처럼 문제가 생길 경우 정부가 지지대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정부 부채 마저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급격히 증가했다. 정부부채 비율은 9월말 46.2%로 전 세계(104.3%), 신흥국(63.6%) 등의 수준보다 낮지만 높은 가계부채를 고려하면 안심하긴 어려운 수준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정부 부채는 수준은 괜찮으나 속도가 빠르고 민간 부채는 속도도 속도이지만 절대 수준도 위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 금리 인상기, ‘부채 과다국’ 자본유출 우려
국제신용평가사에선 수 차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절대 규모와 증가율이 높다고 경고를 해왔던 터라 전 세계 금리 인상기에 부채를 많이 갖고 있는 나라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경우 자본 유출 우려 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올해와 내년 상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Tapering·자산매입 축소) 이후의 금리 인상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현재로만 보면 당장 자본 유출 위험이 높지 않지만 긴축이 진행되면서 발생할 불똥이 어디로 튈지는 알 수 없는 것이라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구나 가계부채의 경우 부채를 감축하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카드 사태 당시에서 가계부채 규모가 감소하는 디레버리징이 나타난 역사가 없다. 한은의 가계신용을 분기별 증감액으로 분석한 결과 2003년 이후 전분기 대비 액수가 감소한 경우는 2003년 1분기, 2003년 3분기, 2009년 1분기, 2013년 1분기 외에 없었다. 이 역시 신용카드 판매신용이 감소했을 뿐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디레버리징이 필요하지만 너무 빠르게 진행하긴 부작용이 있어 적절한 속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가계부채 규제 일변도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명헌 단국대 명예교수는 “코로나19 때문에 소상공인이 어려운데 대출금리가 너무 많이 올랐다. 요즘처럼 규제 일변도로 가는 것은 반대”라며 “과거처럼 규제를 안하는 것도 문제이나 너무 강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