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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동성부부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민변 "역사적 판결"(종합)

백주아 기자I 2024.07.18 16:55:33

대법 전원합의체,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소송
"경제적 공동체 형성…혼인 관계 인정 부부 차이 없어"
"피부양자 인정 않는 처분 인간존엄·행복추구권 침해"
민변 "성적지향 이유로 한 차별 평등권 침해"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실질적 혼인 관계인 동성 연인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지난 3월 2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동성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지위 사건’ 국회의원 공동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8일 대법원은 오후 2시 전원합의체를 열고 소성욱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되고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된 재판부로, 판례 변경이 필요하거나 대법관 간 의견이 갈리는 사건 등을 판결한다.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의 피부양자제도에 명시적으로 금지되지 않은데도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달리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를 바탕으로 부부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도 지적했다.

직장가입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 즉 이성동반자와 달리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고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에게 불이익을줘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해 위법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동성 동반자를 직장가입자와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로 지역가입자로서 입게 되는 보험료 납부로 인한 경제적인 불이익을 차치하더라도 함께 생활하고 서로 부양하는 두 사람의 관계가 전통적인 가족법제가 아닌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인 건강보험의 피부양자제도에서조차도 인정받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행위이고, 그 침해의 정도도 중하다”고 설명했다.

소씨는 동성 반려자 김용민 씨와 2019년 결혼식을 올리고 이듬해 2월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배우자 김씨의 피부양자로 등록됐다. 하지만 그해 10월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단에서 보험료를 내라는 처분을 받았다.

이에 소씨는 “실질적 혼인 관계인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부인하는 것은 피부양자 제도의 목적에 어긋난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앞서 1심은 소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심을 심리한 서울고법은 작년 2월 건보공단의 보험료 부과 처분이 잘못됐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당시 법원은 소씨와 김씨가 2017년부터 동거했고 2019년에 결혼식을 올리는 등 ‘사실혼 부부’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공단이 행정 처분(피부양자 자격 인정)을 할 때 동성 부부를 배제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므로 취소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공단이 불복해 상고하면서 사건은 작년 3월 대법원으로 넘어왔다. 대법원 2부는 1년 가까이 고심했으나 판결하지 못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전원합의체는 4개월간 사건을 심리해왔다.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입장문을 내고 “대법원 판결은 이성 사실혼 부부와 동성 부부, 두 집단 사이에 본질적인 동일성이 존재함을 확인한 역사적인 판결”이라며 “대법원은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사회보장 차원에서 보호의 대상이 돼야 할 생활공동체 개념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강조하며 이성 사실혼 관계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동성 부부에게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할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결국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해야 하는 평등원칙에 비춰 건강보험공단이 오직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적으로 대우한 것이라는 점을 대법원은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국제사회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으며 한국 역시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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