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해 격리 없이 해외 단체여행을 하는 ‘트래블 버블’ 등 당근책을 제시하며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기세가 꺾이지 않아 입장인원을 완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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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집계한 소비자동향지수 현황을 보면 지난 1분기(1~3월) 스포츠 경기 관람료는 82.5, 오프라인 문화 생활비는 69.9로 전분기 대비 각각 0.36%, 5.27%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날이 풀리고 사람들의 바깥활동이 늘어나면서 스포츠 경기 관람과 문화생활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관련 입장권 확보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학생 김모(22)씨는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예매를 위해 몇시간을 투자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지난 6일 예매 오픈 1시간 전인 오전 11시부터 대기했지만 3시간 동안 ‘새로고침’을 해도 예매할 수 없었다. 김씨는 “예전에는 티켓팅에 아무리 망해도 갈 자리는 있었는데 이번엔 한 자리도 못 잡았다”며 “운 좋게 자리를 선택하는 화면으로 넘어가도 ‘이미 선택된 자리’라는 안내창이 떠서 결국 결제단계까지 가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인기 뮤지컬을 예매하려던 직장인 안모(26)씨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난 4월 티켓 오픈 날 매진된 예매창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안씨는 “좋아하는 라이선스 뮤지컬이 4년 만에 돌아와 예매하려고 했는데 예매가 시작하자마자 자리가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버렸다”며 “최근 공연장에서 좌석 거리두기를 시행하다 보니 인기 많은 공연일수록 티켓을 손에 쥐기 힘들다”고 아쉬워했다.
이처럼 좌석 간 거리두기 탓에 티켓 구하기가 쉽지 않자, 병원에 입원할 때처럼 코로나19 음성 결과나 백신 접종 확인서 등의 방법으로 인증을 통해 관림인원을 더 받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 티켓팅에 참여했던 정모(30)씨는 “차라리 코로나19 검사소견서를 지참하면 입장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인원을 늘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면 활동을 기다려온 팬들뿐 아니라 경기를 주최하는 구단들도 비슷한 심정이다. 코로나19 방역지침으로 경기장 수용인원의 10%만 입장할 수 있어 1년 넘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두산베어스 구단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인기가 없어도 최소 8000명이 보러 왔는데 지금은 수용인원 제한 때문에 많이 와야 2400명”이라며 “KBO에서 일행끼리 4인 연석으로 앉을 수 있도록 했지만, 수용인원 비중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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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경기 관람과 오프라인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은 팬들을 비롯한 구단·제작사와 달리 전문가들은 관람 입장인원을 늘리는 것은 아직 때가 이르다고 지적했다. 지난 일주일간 코로나19 확진자는 주말을 제외하고 600명대 수준이었으며, 지난 4일에는 744명까지 치솟는 등 코로나19 확산 기세가 여전해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욕구는 잠재돼 있는데 좌석은 제한되어 있어 특히 인기 있는 공연이나 경기는 쟁탈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수용인원이 완벽히 풀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다 보니 실제 방역 당국이 보는 현실과 일반 사람들의 소비심리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느끼기에 소비심리가 회복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확진자 수는 줄어들지 않아 입장 인원 제한 방침은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실질적인 확진자 수를 줄여야 방역지침 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