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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국 스페셜 리포트입니다.
정부가 ‘주 69시간제’라 불리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다시 손질하기로 했죠.
당초 정부의 근본적인 목표는 생산성 향상과 워라밸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거였는데요.
실제 노동시간과 생산성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심영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이번 근로시간 개편안은 간단히 말해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쉴 수 있게 하자는 제도입니다.
현행 ‘주 52시간제’는 일주일 단위로 근로시간이 산정되는데 이를 월, 분기, 반기, 연으로 다양화해 가능케 하자는 겁니다.
정부 안대로라면 관리 단위가 늘어날수록 총 근로 시간은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나 ‘포괄임금제’를 도입해 운영중인 사업장이 적지 않고, 사용자와 근로자 간 힘이 불균형한 탓에 정부안과 달리 전체 근로시간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에 반발이 큽니다.
결국 정부는 근로시간 개편을 하반기로 미룬 상태입니다.
근로시간이 길어지면 생산성 지표는 하락곡선을 그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근로시간은 줄이고, 기업의 생산성은 끌어올리겠다는 당초 계획과 달리 근로시간은 늘고, 생산성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나현우/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사람이 기계가 아니잖아요. 몰아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의 생활을 꾸려가거나 하는 데 있어서 엄청 무리가 갈 수도 있고. 사업주 입장에서는 1개월 단위로 (연장근로를) 산정해서 바짝 일 시키고 총량 감축도 안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 사례를 참고해 보니 노동시간이 긴 국가들이 오히려 노동 생산성이 낮았습니다.
OECD에 따르면 2021년을 기준으로 한국(1915시간)을 비롯해 멕시코(2128시간)와 코스타리카(2073시간), 칠레(1916시간)가 노동시간이 가장 긴 4개 나라로 기록됐습니다.
이들은 모두 노동생산성 지표 측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GDP per hour worked)은 42.9달러였고, 칠레(29.0달러)와 코스타리카(24.0달러), 멕시코(18.9달러) 순으로 낮았습니다.
반면 노동시간이 짧은 나라들은 대체로 높은 생산성을 기록했습니다.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는 독일로, 1349시간을 기록했고 덴마크(1363시간)와 프랑스(1490시간), 영국(1497시간) 등 순이었습니다.
노동 생산성은 독일이 68.3달러, 덴마크가 75.8달러, 프랑스와 영국이 각각 66.7, 59.2달러로 모두 상위권에 속했습니다.
이 나라들은 주당 근로시간이 길어도 48시간을 넘지 않습니다.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측면도 있지만 근로시간을 늘려 부족한 노동력을 충당하기보다 채용을 늘리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탄력근로를 전제로 6개월(또는 24주) 이내의 1일 평균 8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하루 10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주간으로는 총 근로시간이 48시간을 초과하면 안 되는 겁니다.
영국과 프랑스, 덴마크 등도 주당 48시간을 상한선으로 두고 있습니다.
노동계는 근로시간 유연화는 법정근로시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나현우/청년유니온 사무처장]
“40시간을 중심으로 유연화를 해야죠. 주당 아무리 유연하더라도 52시간을 넘어가지 않게 하는게 사실은 핵심인데 지금은 52시간을 평균으로 잡아서 상한선 캡을 69시간 더 높이 씌울 수 있다고 하니까 그 부분이 문제라고...”
아울러 포괄임금제, 근로자 대표 제도 등에 대한 정비가 선행되어야 했다고 지적합니다.
이데일리TV 심영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