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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역사상 최초로 형사 기소된 전직 대통령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이 임명한 잭 스미스 특검은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취득한 국가기밀 문건을 퇴임 후 자택으로 불법 반출해 보관한 혐의(플로리다)와 지난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를 시도한 혐의(워싱턴 DC) 등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형사기소했다. 이밖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 추문 입막음 돈 제공 관련 회사 서류 조작 혐의와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관련 13개 혐의로 각각 뉴욕와 조지아 주 법원에서도 기소 결정을 받았다. 연방 법원 2건, 주 법원 2건 등 총 4차례 형사 기소 당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 같은 ‘사법 리스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적인 인기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는 공화당 지지자들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또한 보수 우위의 연방 대법원이 지난 7월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공적(公的) 행위에 대해 폭넓은 형사상 면책 특권을 인정하는 결정을 하면서 이와 관련한 재판은 기각(기밀반출)되거나 대선 이후로 공판 일정이 연기(대선 뒤집기)된 상태다.
◇ 연방법원 소송, 법적 ‘셀프사면’ 가능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연방법원 소송에 한해 ‘셀프 사면’이 가능하다. 미국 대통령은 연방 범죄로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을 사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집권 1기 당시 ‘셀프 사면’ 가능성을 측근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그가 재선에 성공해 스스로 사면한다면 전례 없는 조치인 만큼 법적 이의 제기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다면 자신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릴 신임 법무장관을 임명, 사건을 기각하거나 특검을 해임하는 등 그를 통해 사건을 무마하는 방안이 보다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24일 보수성향 팟캐스트 운영자 휴 휴윗과 인터뷰에서 “(대선에서 승리하면) 잭 스미스 특검을 2초 안에 해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미국 대통령이 특검을 직접 해임할 권한은 없지만 신임 법무장관을 통하겠다는 것이다. ABC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반출 사건을 기각한 에일린 캐넌 플로리다 연방법원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시 신임 법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 주 법원 소송도 현실적 진행 어려워
주(州) 법원은 법무부의 관할에서 벗어나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 법적으로 ‘셀프 사면’도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현실적으로 이 소송 자체가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수사 검사인 네이선 웨이드 특별검사와 패니 윌리스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검사장의 불륜 의혹이 드러나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조지아 주립대의 클라크 커닝햄 법학 교수는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해당 소송을 연방 법원으로 이관하도록 법무부를 압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방 대법원은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공적 행위에 대해 폭넓은 형사상 면책 특권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유죄평결을 받은 성추문 입막음 돈 제공 관련 회사 서류 조작 혐의에 대한 선고는 대선 이후인 이달 말로 연기됐다. 적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있는 동안은 징역형 선고는 헌법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법학자들의 견해다.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 선고가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조지타운대의 폴 버틀러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현 시점에서 트럼프는 사실상 4건의 형사 소송에서 모두 승리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