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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평검사 200여명은 이날 오후 공동 입장문을 내고 “특정 사건의 수사와 처분의 당부를 이유로 이에 관여한 검사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위험이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 시도는 그 사유가 헌법이 예정한 상황에 부합하지 않아 부당하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이창수 지검장·조상원 4차장검사·최재훈 반부패수사2부 부장검사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다. 오는 4일에는 본회의에서 탄핵안 표결에도 나설 예정이다.
지휘부에 대한 탄핵소추로 사실상 업무 ‘셧다운’ 위기에 내몰린 중앙지검에서는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달 26~29일 차례대로 중앙지검 차장검사 3명, 대검찰청, 중앙지검 부장검사, 부부장검사 등이 연이어 공개적으로 탄핵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여기에 평검사들까지 공개 입장문을 내면서 중앙지검 전체가 반발에 동참하게 됐다.
중앙지검 전체가 들끓고 있는 건 지휘부 탄핵의 위헌·위법성과 함께 업무가 마비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평검사→부부장검사→부장검사→차장검사→지검장 순으로 수사 지휘 및 공소유지 등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민주당의 탄핵소추안이 의결돼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면 탄핵대상이 된 지휘부는 즉각 직무가 정지된다는 점이다. 이 지검장을 비롯한 지휘부 3인의 직무가 정지되면 당장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지검장 직무대행은 1차장이, 4차장의 직무는 2·3차장 중 한 명이, 최 부장의 직무는 다른 반부패 부장이 각각 대신하게 된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이 국내 최대 규모의 검찰청인 만큼 지휘부 직무정지에 따른 공백은 타격이 클 것이라는 게 내부 시각이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이날 민주당의 탄핵소추가 정치공세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장관은 “이런 탄핵이 계속되면 검사들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하지 못하게 막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민주당의 탄핵소추에 대한 내용이) 헌법재판소에서 상정하고 있는 위헌·위법한 내용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건 정치공세에 불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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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서울중앙지검 지휘부 탄핵 사태로 인한 공개 비판이 지난 2022년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사태처럼 전국 검찰청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당시 검찰은 검수완박에 반발해 전국지검장회의를 소집하기도 했고, 60여개 검찰청 평검사 대표 207명이 모여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검찰 출신 선배 법조인도 검찰총장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순천지청장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현재 심우정 총장이 대외적인 입장을 발표하거나 움직임이 없는 걸 지적하며 “전국 검사장 회의라도 소집해 검찰의 의지와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실제 서울남부지검 차장·부장검사 16명은 지난달 28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입장문을 올리고 “제도 취지를 넘어선 탄핵소추권 남용은 권력분립 원칙 등 헌법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수사·처분 과정에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반이 확인되지 않음에도 탄핵을 시도하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지검 지휘부 탄핵에 대해 다른 검찰청이 공동으로 입장문을 낸 건 남부지검이 처음이다.
다만 검수완박 사태처럼 전국 단위로 공동 대응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수완박은 검찰이라는 제도에 대한 민주당의 불합리함에서 비롯된 것인데 중앙지검에 대해서는 특정 검찰청 사안이라는 차이점이 있다”며 “민주당의 탄핵이 위헌이며 위법인 것은 맞지만, 특정 검찰청의 일로 검수완박 때처럼 전국적인 움직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