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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만난 신동빈, 명분·실리 두 마리 토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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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현 기자I 2019.05.14 15:25:41

한미 우호 다질 수 있는 명분 제공…트럼프 "동맹 굳건"
美 추가사업 계획…사드發 충격 벗어나 재도약 기회
글로벌 전략, 신흥국 위주에서 선진국까지 확대할 듯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매슈 포틴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김교현 롯데화학BU장, 조윤제 주미대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윤종민 롯데지주 경영전략실장.사진=롯데지주)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현지 시각) 국내 대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서 ‘명분’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31억달러(3조6000억원)라는 통 큰 투자를 통해 이번 만남을 이끌어낸 신 회장은 한미 간 우호를 다질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 아울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충격에서 벗어나 글로벌 사업의 재도약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실리’까지 챙겼다는 평가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9일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진행된 ‘에탄크래커(ECC)·에틸렌글리콜(EG) 공장’ 준공식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했다.

비록 참석은 불발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실비아 메이 데이비스 백악관 부보좌관을 직접 보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대미 투자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이후 롯데 측은 미국 정부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고, 백악관 측에서도 이에 응하면서 이번 만남이 이뤄지게 됐다.

신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지난 9일 준공한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에 위치한 에탄크래커 공장에 대해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투자에 대해서 고맙다고 화답하고, 생산품에 대해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신 회장이 롯데그룹 사업 현황과 롯데뉴욕팰리스호텔 사업에 대해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투자였다며 전통이 있는 훌륭한 건물이니 잘 보존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한 한미 양국의 관계 강화를 위한 상호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람의 만남은 한 기업의 해외 진출이라는 의미를 넘어 한미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는 평가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내 해외 투자 유치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가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선 것은 크게 보면 양국 간 경제협력 사례로까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9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준공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를 들고 있다. 왼쪽은 이낙연 국무총리.(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번 준공식에 참여해 힘을 실어줬다. 트럼프 대통령도 준공식 축전을 통해 “이 투자는 미국의 승리이자 한국의 승리이고, 우리 양국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면담 이후 트위터를 통해서도 “한국 같은 훌륭한 파트너들은 미국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튼튼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 입장에서는 실리도 챙겼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만큼 지금까지 미국에서 진행해 온 사업은 물론, 향후 진행할 사업도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이에 롯데 측은 현지 상황을 고려해 에틸렌 40만톤(t)을 추가로 생산할 계획이다. 화학 분야 외 호텔 사업 분야에서도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는 롯데케미칼, 롯데면세점, 롯데호텔,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상사 등 5개사가 미국에 진출해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롯데의 글로벌 투자가 기존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위주에서 선진국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 회장은 연초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사업에 있어서도 기존 이머징 마켓에서의 전략을 재검토하는 것은 물론, 선진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흥국은 뛰어난 확장성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산업에 투자한다. 반면 선진국은 고도화된 시장인 만큼 세계 시장의 조망과 선진 기술 습득, 글로벌 플레이어들과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일각에서는 최근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에서 큰 어려움을 겪은 롯데의 글로벌 사업이 이번 미국 투자를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롯데는 사드발 보복 조치로 인해 롯데마트 철수 등 중국 내 사업에 타격을 입었다. 최근 선양시가 약 2년 동안 중단됐던 선양 롯데월드 공사에 대한 인허가를 내줬다는 좋은 소식이 있긴 하지만 현지에서 부정적 이미지는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미중 간 무역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만큼, 중국에서 아픔을 겪은 롯데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는 것이 이목을 끌기도 한다. 현재 미·중은 관세인상 맞불을 놓으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 측 관계자는 “중국 사업이 어려워져서 대체 시장을 모색한다기보다는 기회가 있고 사업적 매력이 있어서 검토 후 진출한 것”이라며 “중국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미국 롯데케미칼 에탄크래커 및 에틸렌글리콜 공장 전경.(사진=롯데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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