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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대표적 품목으로 자동차와 함께 쌀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쌀의 경우 한국이 물량에 따라 50%에서 513%의 관세를 부과한다고도 주장했다.
실제 한국은 2021년 쌀 관세화에 따라 수입산 쌀에 51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매년 TRQ 물량 40만 8700톤(t)에 대해서는 5%의 저율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TRQ 물량이 할당된 곳은 △중국(15만 7195t) △미국(13만 2304t) △베트남(5만 5112t) △태국(2만 8494t) △호주(1만 5595t) 등 5개국이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TRQ 물량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쌀에 대한 관세율을 언급하며, 관세 조정 및 저율관세할당(TRQ) 재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관세 조정이나 TRQ 재협상을 위해서는 미국 측과 협상이 아닌, 세계무역기구(WTO)의 양허표 협정문을 개정해야 한다. 양허는 WTO 회원국 수입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율 범위 및 TRQ 물량을 규정한 것이다. WTO는 현재 만장일치제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개정하기 위해서는 166개 전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쌀 수입 물량이 대폭 늘어나거나, 다른 농축산물 품목까지 불똥이 튀는 등 국내 농업계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TRQ 물량만 늘리면 다른 수입 국가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이의를 제기한 다른 상대국에 대해서도 쌀 또는 다른 품목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
실제 한국은 2004년 쌀 관세화 유예 연장 협상 때도 만장일치 합의를 위해 쌀 의무수입량을 2배로 늘리고, 수출국에 국별 쿼터를 배분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 2003년 쌀에 대한 세율 인상을 골자로 양허표 수정을 요구했는데, 10여 년에 걸친 오랜 논의 결과 쌀 종류 중에서도 일부만 세율을 올리고 나머지는 오히려 낮추거나 TRQ 물량을 만들어야 했다.
관세율을 낮추거나, TRQ 물량을 늘리면 국내 쌀 농가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지금도 쌀 소비량이 매년 줄어들면서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수입 물량까지 늘어나면 남는 쌀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5.8kg으로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서진교 GS&J 원장은 “미국의 민감 제조업 분야 관세를 올리는 수단으로 쌀을 활용할 수도 있다”며 “쌀 관세 감축에 대한 대비와 함께 실제 TRQ 물량은 관세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강조해 미국을 먼저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