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은 25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 철회 의사가 있다면 국민 앞에서 모든 현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증원과 정원 배정 철회 없이는 사직서 철회도 없다는 것이다.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 제출을 시작했다. 고려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고대구로·안산·안암병원)의 전임·임상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오전 총회를 열고 “의대생·전공의와 함께 바른 의료정책으로 향하고자 사직서를 제출한다”며 미리 준비한 사직서를 강당에 있는 수거함에 넣고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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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 의대에서도 이날 교수 433명이 사직서를 던졌다. 서울아산병원과 울산대병원, 강릉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이날 성명서에서 “정부는 의대 학생, 전공의, 전임의, 교수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근거 없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철회하고 당장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오후 총회를 열고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의대 2000명 증원 계획을 변경할 수 있을까. 정부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대학의 신청과 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미 대학별 배정이 완료됐다. 해당 정원은 고등교육법령에 따라 국가가 인력 수급과 관련해 정책적으로 결정하는 사항으로 대학이 임의로 정원을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대 정원 배정 이후 대학은 변동된 정원을 반영해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을 신청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이를 승인해 2025학년도 대학별 모집인원이 확정된다. 해당 절차는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에 따라 올해 5월 말까지 마무리된다.
일부 전문가는 전의교협 내부 의견이 통일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 교수들이 사직을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현장에서 환자를 지키면서 정부와 대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정부의 전면 철회 없이는 대화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대표로 나선 비대위원장이 의대 교수들의 의견을 모두 수용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 의견 충돌이 빚어지면 결국 의대증원에 반대하는 기조가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도 “의대 교수들도 처음에는 전공의 등 학생들이 다치지 않게 해야 한 걸 명분으로 사직을 결의했는데 (전공의)면허정지 행정처리가 정지된 상황이라 그 명분마저 없어진 것 같다”며 “의대정원이 학교별로 배분된 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의대 교수들도 알게 되면 (의대 교수의 집단행동)동력이 상실될 것”이라고 짚었다.
정부는 우선 의료계와 대화의 장을 만들기 위해 이날로 의견 제출 기한이 끝나는 전공의 35명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26일 이후로 연기한 상황이다. 총선이 마무리는 4월 13일 이후가 될지, 한 달간의 시한을 더 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한덕수 국무총리 중심으로 관계 정부부처 장관들이 참여하는 의-정 대화협의체 구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연 지방의료원연합회장(인천의료원장)은 “제일 큰 문제는 재정 및 인력상 병원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정부가 지원 의지 또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확신시켜주면 병원이 나서서 구조조정하려 할 것이다. 이런 언급이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