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여러 차례 말한 실질적 기여에는 군사적 기여가 포함된다”며 “군사적 기여에도 전투에 참여하는 방식과 비전투 방식 등 여러 선택지가 있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파병’이라는 용어에 대해 “헌법상 비전투인지 전투인지, 한 명인지 두 명인지와 관계없이 현장에 보내면 파병으로 규정된다”며 “일반적으로 파병이라고 하면 전투와 대규모 병력을 떠올리지만 꼭 그렇지는 않고 다양한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청와대 측은 “(이 고위관계자가 말한) 군사적 기여와 관련해 전투 참여, 비전투 등을 비롯 수색 등의 언급은 다양한 옵션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이라며 “현재 실질적 기여와 관련해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부연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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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거론되는 방안은 현재 아덴만에서 활동하는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넓히는 것이다. 별도의 부대를 새로 편성하는 것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한국 국민과 선박 보호라는 방어적 성격도 분명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청와대는 청해부대 활용을 포함해 구체적인 병력이나 함정의 파견 방안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정부는 2020년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졌을 때도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을 아덴만에서 오만만과 호르무즈 해협, 아라비아만 일대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미국이 주도한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정식 참여하는 대신 한국군 지휘 아래 한국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는 독자 작전을 선택했다.
당시에는 국회 파견 동의안에 담긴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 지시되는 해역을 포함한다’는 단서에 따라 별도의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국방부는 지난 5월 청해부대가 기존 파견 동의안에 정해진 해역과 임무를 벗어나 작전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해부대가 한국 선박 보호를 넘어 미국·영국·프랑스 등이 참여하는 다국적 호위 작전에 들어가거나 이란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는 임무를 맡으면 기존 파병 목적의 단순한 연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헌법 제60조 2항은 국군의 외국 파견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을 규정하고 있다.
파병 방식은 군사적 기여의 적극성과 위험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가장 제한적인 방식은 연락장교나 소규모 지원 인력을 보내 관련국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한국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지원하거나 해상 작전에 필요한 군수·정보 분야에서 협력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보다 적극적인 선택지는 청해부대 등 해군 전력을 투입해 상선을 직접 호위하는 것이다. 한국군 지휘 아래 한국 선박 보호에 집중하는 독자 작전과 미국·영국·프랑스 등이 추진하는 국제 공조에 협력하는 방식으로 나뉠 수 있다. 다국적 작전의 지휘체계에 편입돼 공동 임무를 수행하면 동맹 기여를 분명히 할 수 있지만 교전 위험과 대이란 관계 악화 가능성도 커진다.
다만 이는 군사적으로 가능한 방안으로, 정부가 해당 선택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거나 관련국에 특정 자산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군 자산 투입이나 비전투 자산 파견 가능성에 대해 “여러 측면을 검토하고 있고, 검토에 필요한 국가들과 협의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영국과 프랑스, 미국이 호르무즈 자유 통항을 위한 국제적인 연대를 제안했을 때 우리도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해왔다”며 “유럽 여러 나라가 관련 활동을 하고 있고 우리는 그보다 늦은 단계에서 검토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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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검토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경제안보적 중요성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기여 압박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을 돕는 데 막대한 비용을 쓰고 있지만 정작 이란 문제에서 도움을 요청했을 때 한국이 거절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거절을 “기억해둘 것”이라고 언급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란전쟁이 격화하던 당시에도 한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보호하기 위한 군함 파견을 요구했다. 한국의 기여 문제를 주한미군과 동맹 비용 문제에 연결하는 발언도 반복했다.
청와대는 한국이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씀이 나오기 전부터 호르무즈 자유 통항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위한 협의를 해왔다”며 “그 말씀이 나온 중에도, 이후에도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이 문제와 관련한 한미 정상 간 통화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관계자는 “최근 한미 정상 간 통화는 알려진 것 외에는 없다”며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통화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실제 호르무즈 파병으로 이어지려면 국내법상 절차도 거쳐야 한다. 헌법 제60조 2항은 국군의 외국 파견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을 규정하고 있다. 국회 동의 여부를 가르는 핵심은 단순히 호르무즈 해협에 병력을 보내느냐가 아니라 기존 파견 동의안이 허용한 지역과 목적·임무를 벗어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실질적 기여를 하려면 한반도 대비태세를 감안하고 국내법적 절차도 고려해야 한다”며 “국내법적 절차는 국회와의 협의나 동의를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그 단계까지 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대비태세에 큰 손상이 없는 범위에서 운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는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한불 정상회담에서는 호르무즈 자유 통항을 위한 국제 공조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이 관계자는 “프랑스는 호르무즈 자유 통항을 위한 국제적 연대에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움직인 국가이고 우리와도 협의해왔다”며 “정상회담에서 관련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향후 미국·영국·프랑스 등과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임무의 위험성과 한반도 대비태세, 국회 동의 여부, 대이란 관계 등을 함께 따져 파병 방식과 규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