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8 간담회실에서 열린 ‘위기의 한국 원료의약품 산업, 활성화 방안은’이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장병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미국과 유럽, 인도 등이 제약 강국의 근간이 되는 원료의약품 개발을 돕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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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날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 활성화를 막는 요인’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김민권 종근당 이사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원료의약품의 수입 비중이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으로 전체의 36.1%를 차지했으며, 일본(12%)과 인도(10.6%), 미국(8.5%), 프랑스(7.5%)가 그 뒤를 이었다. 같은 해 한국의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36.5%였다.
김 이사는 “최근 3년간 중국과 인도, 일본에 의존하는 원료의약품 비중이 줄곧 60%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자급률은 16~36%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수입에 의존 비율이 클수록 국내 원료의약품의 품질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2021년 35개국 370명의 제약바이오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별 원료의약품 품질 인식 조사에서 13개국 중 일본이 1위(8.01점), 독일(7.99점)과, 미국(7.97점)이 그 뒤를 바짝 추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한국은 9위를 차지하며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인도(8위, 6.82점) 보다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됐으며, 중국은 최하위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원료의약품 개발사의 매출 규모 면에서 자체적으로 연구개발(R&D)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원료의약품 업체로 꼽히는 대웅바이오의 매출은 3000억원대로 동종업계에서 가장 높다. 경보제약(214390)과 종근당바이오(063160), 에스티팜(237690), 코오롱생명과학(102940), 국전약품(307750) 등 11개사가 약 500~2000억원대의 원료의약품 판매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다른 토론회 참가자인 정순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원료를 만들려면 오랜 연구 기간이 필요하다”며 “매출이 보장되지 않아 중견기업 이하 규모에 머물고 있는 국내 원료의약품 기업들이 관련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병원 부회장도 “미국은 15조원, 일본도 약 3조원 수준을 원료의약품 개발기업에 지원해 품질과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며 “분쟁이나 전염병 등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을 지키려면 지금 당장 국가적 지원책을 마련해 산업 생태계를 닦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바이든 정부는 2021년 1월 행정명령 ‘Made in America’을 발표했으며, 여기에는 필수 의약품 50~100개를 선정해 비축 물량 확대 및 연구개발 투자 등을 장려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본도 2019년 중국의 규제 강화로 항생제 공급이 중단되면서 항생제 생산 설비에 30억엔 (한화 약 3조원)을 투자한 바 있다.
김민권 이사 역시 “국가신약개발사업으로 정부가 10년간 의약품 연구개발에 2조원을 투자했는데, 원료의약품 연구개발 생산 증대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전혀 없었다”며 “일본이나 미국 등 품질 선도국은 물론 중국이나 인도 등에 비해 국산 원료의약품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국 자급률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해당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2020년 기준 바이오의약품 원료(64조원)와 합성의약품 원료(145조원) 등 세계 원료의약품 시장은 약 210조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해당 시장은 매년 5~7%씩 성장해 2025년에는 약 29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