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요~ 요기요 살게요`…DH코리아 새 주인은

전재욱 기자I 2020.12.28 16:59:36

경쟁자 제거 차원에서 신규 사업자 매각 가능성에도
`상반기 매각` 시한상 기존 업체도 거론
코로나19로 솟은 요기요 몸값 산정 최대 변수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배달 앱 2위 사업자 ‘요기요’의 새 주인이 기존 후발업체 사이에서 등장할지 주목된다. 형식상 공정거래위원회에 트집 잡힐 일 없이 단숨에 1위 배달의민족을 추격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다만 딜리버리히어로(DH)의 경쟁자 제거 심리와 매각 시한 반년(6개월 연장 가능), 요기요 적정 몸값 변수까지 더해지면 ‘매각 방정식’은 복잡해질 수 있다.

배민과 요기요.(사진=각사)
◇ 배달 앱 2위, 사면 쉬워요

28일 공정위와 업계에 따르면, 독일계 DH의 한국 자회사 DH코리아가 운영하는 배달 앱 요기요는 국내 시장 2위 사업자다. 개중에 매출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은 작년 25% 안팎이고 올해도 이 숫자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데에 업계 이견이 크지 않다. 1위 배달의민족에 이은 2위 요기요의 양강 구도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러는 새 후발업체 점유율은 미미하게 머물렀다. 지난해 기준 하위 업체 선두에 있는 쿠팡이츠, 위메프오, 카카오주문하기 등 3개사 점유율(매출 기준)을 합산하더라도 1%에 미치지 못했다. 각 회사 시장 점유율이 소수점에 불과한 것이다.

올해는 쿠팡이츠가 월간 사용자 기준으로 배달통을 추월(3분기 기준 6.2%)하긴 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5%(7월 기준) 미만”이라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최근 5년 동안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을 제외한 배달 앱 사업자 가운데 시장 점유율 5%를 달성한 곳은 없다. 올해 공공배달 앱이 등장했지만 역부족인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4분의 1을 차지해온 요기요가 팔리면 자체로서 순위는 변동할 수 있다. DH가 DH코리아(요기요 운영사) 매각을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그렇게 해야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합병을 승인할 것이라는 공정위 결정에 승복하면서다.

시장은 기존 사업자를 인수 대상자로 꼽고 있다. 요기요 매각을 결정할 시한 반년이 상대적으로 짧은 점이 변수다. 그 안에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배달 앱 산업에 대한 이해와 업력을 갖춘 주체가 적격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흥 후발주자 쿠팡이츠와 위메프오, 카카오 등이 두루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공정위에서 흠 잡힐 여지가 적다는 점도 부담을 던다. 공정위는 △시장점유율 50%가 되거나 △1위 사업자가 되거나 △2위와 격차가 25% 이상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결합심사 불허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요기요가 기존 사업자에 팔리더라도 현재로서는 세 가지 조건에 어긋나지 않는다.

◇ ‘몸값 폭등’ 코로나19 양날의 검

반대로 신규 사업자가 등장할 가능성도 업계는 열어두고 있다. DH가 요기요를 기존 사업자에게 안 팔리라는 관측도 있다. 시장 격차를 유지하려면 신규 사업자에게 매각하는 게 좋은 수라는 것이다. 쿠팡이츠를 운영하는 쿠팡이 만년 적자인 것도 고려 대상이다. 공공 배달 앱 쪽에서 자금력을 갖춘 주체를 찾기는 녹록지 않다.

그러나 역시 ‘6개월 내 매각’이 변수다. 시한에 쫓기는 DH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DH가 내년 상반기까지 요기요를 팔기에 가진 패가 넉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도 변수다. 요기요 몸값은 약 2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사려는 이와 팔려는 쪽에서 요기요의 적정 몸값을 얼마에 합의할지 관건이다. 요기요가 올해 들어 몸값이 급상승한 점을 미래가치로 얼마나 인정할지 문제다. 코로나19가 가시더라도 배달 앱 시장이 확장할지, 그 과정에서 요기요가 점유율을 유지할지 단언하기 쉽지 않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업 결합을 신청하고 코로나19가 터진 것은 양날의 검”이라며 “올해 솟은 요기요 몸값이 꼭지인지에 대한 판단이 매각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새 주인의 윤곽을 그리기는 이른 상황이다. 신구(新舊) 사업자 중에 어느 쪽이, 가격을 얼마나 쓸지에 더해서 반년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잠재 인수 대상으로 거론된 쪽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어느 것도 말할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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