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첫날 계좌 가입자 절대 다수가 은행을 찾았지만 평균 가입금액에서는 증권사가 오히려 은행보다 10배 이상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15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ISA 가입자수는 총 32만2990명이었다. 가입금액은 1095억원으로 1인당 평균 가입금액 약 34만원이다. 업권별로는 은행이 31만2464명으로 96.7%를 차지했다. 증권은 3.2%인 1만470명에 그쳤다. 반면 가입금액은 은행이 802억원, 증권 293억원으로 각각 73.2%, 26.7%의 비중을 차지했다. 가입자수에 비해 가입금액은 각 업권간 비중 차이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을 봐도 증권이 약 280만원으로 26만원 가량에 그친 은행의 10배 이상에 달했다. 증권사의 ISA 상품 가입금액이 월등히 높은 것에 대해 각종 특판 상품의 비중이 은행에 비해 더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권사들은 대부분 ISA 가입 고객에 대해 연 5.0%의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다양한 상품의 가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주로 경품 위주 행사를 제공한 은행보다 고객 동원력에서는 밀렸지만 고객당 가입금액은 더 컸던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고수익을 지급하는 특판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계좌 개설만 하는 고객이 아닌 대부분 실거래 위주의 계좌 개설이 이뤄지면서 가입금액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사전예약 3만여건을 접수 받은 현대증권(003450)의 경우 첫날 ISA 가입고객 945명으로 집계됐다. 가입금액은 43억8005만원으로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이 463만원에 달했다. 증권사 평균 가입금액보다 65% 가량 많은 수준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특판RP와 기타파생결합사채(DLB), K-FI 글로벌 시리즈 등 경쟁력 있는 상품들을 판매한 것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ISA 가입 유형별로는 고객이 직접 상품을 선택·운용하는 신탁형이 32만2113명으로 대부분이었다. 상품 운용을 금융회사에 맡기는 일임형 가입자수는 877명에 그쳤다. 금액으로도 신탁형이 1077억원, 일임형 18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신탁형이 일임형에 비해 수수료가 저렴하고 기존 신탁을 통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의 ISA 가입, RP 특판 등에 기인했기 때문으로 금융위는 해석했다.
황영기 금투협 회장은 “특판RP가 투자상품별 한도가 있는 일임형 모델포트폴리오에 편입되기 어려워 주로 신탁형에 들어가면서 일임형이 적었다”며 “특판상품 만기 후 자산관리분야에 우위가 있는 증권사는 일임형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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