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한 시대 저문다"…伊 최장수 총리 베를루스코니 별세(종합)

김정남 기자I 2023.06.12 23:50:09

향년 86세로 사망…세 차례 총리 역임하며 9년 집권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장영은 기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12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6세.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날 밀라노의 산 라파엘레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나흘째 이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그의 동생인 파올로와 슬하의 다섯 자녀 중 네 자녀(마리나, 엘레오노라, 바르바라, 피에르)는 그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와 임종을 지켰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 (사진= AFP 제공)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올해 4월 초 호흡 곤란을 겪은 뒤 산 라파엘레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그는 이 병원에 45일간 입원했으며, 검진 결과 만성 골수 백혈병(CML)에 따른 폐 감염 진단을 받았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시신은 이날 오후 밀라노 인근 아르코레에 있는 그의 별장으로 옮겨졌다. 장례식은 오는 14일 밀라노 대성당에서 국가장으로 치러진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1994~2011년 세 차례 총리를 역임하며 9년간 집권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 최장기 집권 총리라는 기록을 세웠다. 앞서 1961년 건설업에 뛰어들어 부를 쌓았고, 1980년대에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언론 재벌에 올랐다. 이탈리아 최고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것이다.

그는 집권 내내 여성 편력과 성범죄, 부패 스캔들로 수차례 파문을 일으킨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1년에는 미성년자와 성 추문 의혹과 이탈리아 재정 위기 속에 총리직에서 불명예 퇴진했고, 2013년에는 탈세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아 상원의원직을 박탈 당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조기 총선에서 10년 만에 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복귀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인 지난해 10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하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현지 언론들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그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 소속 의원들에게 전쟁을 야기한 것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라는 주장 등을 담은 녹취록 등을 공개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멜로니 총리는 “우리는 함께 많은 전투에 나서 이기고 졌다”며 “그를 위해 우리가 함께 세웠던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멜로니 총리는 2008년 당시 베를루스코니 총리 내각에서 청년장관으로 발탁돼 화제를 모은 인사다. 당시 31세 장관 기록은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였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역시 성명을 통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에 대해 “위대한 사람이자 위대한 이탈리아인”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트위터에 “한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적었다.

로이터통신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죽음이 향후 몇 달 동안 이탈리아 정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FI는 멜로니 총리의 우익 연합의 일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