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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심의회는 지난 달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 추천 후보로 선정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이 있었던 장소라며 강력 항의하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중국 정부도 지난 달 말 “강제징용과 강제노역은 일본 군국주의가 대외침략과 식민통치 기간에 저지른 엄중한 죄행”이라며 “분노와 반대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등재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내년 이후 재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유네스코에선 지난 해 관련국 이의제기가 있을 경우 결론이 날 때까지 세계기록유산을 등재하지 않는 제도가 도입됐는데, 한 번 불가하다고 판단한 추천 후보가 그 이후에 등재된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사도광산은 세계기록유산이 아닌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이지만 같은 방식이 적용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를 필두로 집권 자민당 내 보수진영이 잇따라 강행할 것을 강력 촉구하면서 막판에 방침을 선회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베 전 총리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올해 추천을 강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으로 추천을 미룬다고 등재 가능성이 커지지 않는다”며 “(한국이) 역사전쟁을 걸어온 이상 피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아베 전 총리의 추종자인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조회장도 연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반드시 추천해야 한다”며 강행을 촉구하고 있다.
이처럼 보수·우익 세력이 목소리를 키우는 배경에는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층 지지 기반을 다지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는 아베 전 총리의 압박에 기시다 총리가 굴복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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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회의회(ICOMOS·이코모스)가 추천서를 받아들이면, 현지 조사를 포함해 약 1년 반 동안 심사를 진행하고 내년 6~7월께 사도 광산의 등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 설득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한일 양국 간 치열한 외교전이 예상된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 측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시 한국인 강제노역 피해 현장인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추진키로 결정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이라며 “이러한 시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