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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은 HMM 인수를 통해 당장 팬오션의 선대 확장이라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팬오션의 선대는 300여 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중 벌크선은 90% 안팎인 270여 대로 추정된다. HMM은 3분기 기준 38대의 대형 컨테이너선과 23대의 벌크선을 갖추고 있다. 올해 3분기 매출 중 HMM은 14.5%의 비중이 벌크사업부문에서 나왔고, 팬오션도 컨테이너에서 8%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 등 양사가 모두 벌크화물과 컨테이너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터라 각 사업의 통폐합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밝힌 대로 해상 물류사업 밸류체인(가치사슬) 강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김 회장은 “(밸류체인 강화는)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고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림은 종합 해운물류 업체로서 연간 13조원 가량의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팬오션과 HMM의 매출액은 각각 3조3328억원, 6조3381억원으로 합계 10조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팬오션(6조4203억원)과 HMM(18조5828억원)을 합해 20조원이 넘었지만 올 들어 컨테이너선 해상 운임이 전년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해운업 침체에 HMM과 팬오션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두 회사가 합쳐 13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림은 JKL파트너스와 함께 유가증권 매각과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팬오션은 1628억원 규모의 한진칼 주식을 처분했고, 호반그룹과 손잡고 약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6조4000억원에 달하는 인수금액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차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리 인상 여파로 최근 인수금융 금리는 연 7~8%대에 형성돼 있다. 3조원을 연 8%에 빌리면 이자 부담만 1년에 2400억원에 달하게 된다.
그룹 전체의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하림그룹은 하림산업의 신사업 추진,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 등 그룹 차원에서 추가적으로 부담할 자금 소요가 많은 실정이다.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은 총 사업비만 6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향후 개발 과정에서 자금소요가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아울러 매각 측에 요청했던 HMM 영구채 주식전환 3년 유예도 철회하면서 HMM에서 받을 수 있는 연간 배당금 규모도 당초 하림이 예상했던 것보다 연간 950억원 가량 줄어들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자금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덩치가 큰 기업을 인수해 그룹 전체가 위험해지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